한재림 감독의 영화 ‘관상’이 관객들의 폭발적인 지지 속에 추석 연휴 극장가를 석권했다. 배급사인 쇼박스 관계자는 “지난 11일 개봉한 ‘관상’이 21일까지 635만명을 모았고 22일 밤까지 7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괴물’ ‘도둑들’에 이어 역대 한국영화 중 세 번째 흥행 추세다. 20일에는 90만명을 모아 일일 관객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여성 관객이 전체의 55%를 차지하며 흥행세를 이끌었다. 개봉 직전 예매율로는 여성이 66%나 됐지만 남성 관객이 늘면서 비중이 축소됐다.
또한 40대 이상이 41%에 달해 가족 관객을 모으는 데도 성공했다. 다소 무거운 소재인데도 보수적인 가족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관상’의 흥행비결은 무엇일까. 수양대군이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관상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더해 신선한 스토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스토리 면에서도 초반부에는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다가 중반부에는 묵직하면서도 비극적 이야기로 바뀌며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재봉 영화평론가는 “범접하기 어려운 최상층부의 권력 다툼에 세속적 인물인 관상가를 집어넣어 성(聖)과 속(俗)의 충돌을 다룬 스토리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세대별로 선호하는 배우들이 호연을 펼친 것도 한몫했다. 관상가 내경 역의 송강호는 희로애락을 능란하게 표현했다. 내경의 처남 역 조정석은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매력으로, 아들 역 이종석은 꼿꼿하면서도 순수한 남성미를 발산하며 10대와 20대를 사로잡았다. 김종서 역 백윤식과 기생 역 김혜수는 관록 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아줬다. 특히 이정재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가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수양대군 캐릭터를 강렬하게 그려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후반부의 뻔한 스토리를 흥미롭게 만들어줬다는 평가다.
‘관상’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할까. 김택균 쇼박스 부장은 “지금까지 관객몰이가 기대 이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며 “추석이 끝난 뒤 평일 관객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