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겨울연가' 10년…새 한류 준비해야
2003년 4월에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한 편이 일본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욘사마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한적한 도시 춘천을 일본 관광객으로 넘치게 한 드라마 ‘겨울연가’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출발한 한류는 지난 10년간 장르와 지역을 넓혀가며 큰 성과를 거뒀다. K팝과 함께 한류의 큰 축을 담당해온 방송 콘텐츠의 수출은 매년 10% 이상 늘어나며 아시아를 넘어 중동, 중남미, 유럽 등지로 수출 지역을 확대해 왔다.

기세등등하던 한류의 분위기가 요즘 들어 심상찮다. 예전처럼 해외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작품이 줄어들면서 국내외 언론들은 ‘한류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수출액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이런 지적이 성급한 감은 있으나 그 성장세가 예전만큼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최근 한류를 소비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류가 4년 이상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60% 넘게 나오기도 했다. 비슷비슷한 콘텐츠의 재생산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이야말로 분위기의 반전을 위해 ‘3세대 한류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방송 산업계에서는 ‘한류의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수출하는 방송 콘텐츠 장르를 다양화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진국형 사업구조로 진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한류를 주도해온 드라마는 ‘문화적 할인’의 어려움이 있다. 즉, 다른 문화시장에 진입했을 때 언어, 관습, 문화 등의 차이로 그 재미와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문화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송 콘텐츠 장르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전 세계인이 언어나 문화적 격차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장르이다. 최근 국내 다큐멘터리들은 세계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세계 유수의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영국의 BBC월드나 일본의 NHK 등도 생각지 못한 흥미로운 소재를 발굴하고 독특한 서사 구조로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출에서도 주요 수출국이던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 등지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해외 다큐멘터리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한국형 다큐멘터리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는다면, 세계 시장에서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함께 ‘한류3.0’의 대표 장르로 거론되는 것이 ‘포맷’이다. ‘포맷’은 방송 프로그램의 요리법과 같은 것으로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수출은 완성된 프로그램 작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형식에 대한 아이디어와 구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BBC월드나 일본 후지TV 등 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일찌감치 포맷의 중요성에 주목해 포맷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BBC월드는 2010년에 이미 포맷 수출 증가율이 프로그램 수출 증가율을 뛰어넘었고, 일본의 후지TV와 TBC는 연간 50여개의 포맷을 각국 방송사에 판매해 해외 매출의 30%를 채우고 있다.

포맷은 언어의 장벽과 정서의 차이로 수출에 한계가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의 수출도 가능하게 해준다. MBC의 ‘나는 가수다’와 엠넷의 ‘슈퍼스타K’의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으로 수출돼 ‘후난 위성TV’에 인기리에 방영됐다. 아직까지 포맷 수출은 중국, 터키, 베트남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문화적 이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북미나 유럽으로의 판매도 노려볼 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1일 개최한 ‘제3차 콘텐츠산업 진흥위원회’에서 올해 콘텐츠산업의 목표를 ‘매출 100조원, 수출 50억달러’로 삼았다. 지난해 콘텐츠산업은 매출 88조원, 수출 48억달러를 기록했다. ‘100조원 매출’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국내 방송 콘텐츠가 세계 방송시장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직 전체 방송 콘텐츠 수출규모에서 다큐멘터리와 포맷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앞으로 방송 콘텐츠 수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