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극장가에는 다채로운 영화가 쏟아진다. ‘관상’과 ‘스파이’ 등 한국영화 두 편이 쌍끌이에 나섰고, ‘퍼시잭슨과 괴물의 바다’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 등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가 맞대결한다. ‘슈퍼배드2’와 ‘몬스터대학교’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두 편도 합류했다. 소규모 예술영화 ‘우리 선희’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등도 선보인다.

○관객몰이 나선 한국영화
[행복한 한가위] 송강호·이정재 얼굴보는 '관상'…설경구·문소리 코미디로 뭉친 '스파이'
초반 흥행세가 강력한 ‘관상’은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관상가의 눈으로 바라본 사극.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등 인기배우들이 내는 연기 앙상블이 뛰어나다. 유명 배우들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관상학을 소재로 한 점에서도 흥미롭다.

한국형 코믹 첩보물 ‘스파이’
한국형 코믹 첩보물 ‘스파이’
‘스파이’는 온 가족이 한바탕 웃고 즐길 수 있는 추석 코미디. 설경구와 문소리가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남편이 첩보원이란 사실을 모르는 스튜어디스 아내가 우연히 남편의 작전 현장에 뛰어들면서 소동이 일어난다. 어머니 칠순 잔치에 참석하고, 가장으로서 아이를 낳기 위해 고뇌하는 한국형 스파이를 그려냈다.

○사랑과 우정 다룬 ‘할리우드’ 판타지


2010년 개봉한 ‘퍼시잭슨과 번개도둑’의 후속편인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는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신(半人半神)이 현대의 일반인들과 뒤섞여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이 외도로 낳은 자식이나 괴물들을 통해 서양문화의 뿌리를 엿볼 수 있다. 동료애와 헌신, 희생 등에 관한 교훈을 전하는 내용으로 10대 자녀들과 부모가 보기에 안성맞춤.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는 ‘트와일라잇’을 연상시키는 로맨스 판타지 영화. 악마를 사냥하는 섀도우 헌터들의 이야기에 선남선녀의 가슴 뛰는 로맨스를 담았다. 반항아 같은 꽃미남이 여인을 평생 사랑하는 스토리는 소녀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만하다.
[행복한 한가위] 송강호·이정재 얼굴보는 '관상'…설경구·문소리 코미디로 뭉친 '스파이'
○가족애와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슈퍼배드’(2010)가 전 세계에서 5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이후 올해 개봉한 속편 ‘슈퍼배드2’는 8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냈다. 1편은 달을 훔쳐 최고 악당이 되고 싶었던 그루와 파트너의 활약을 그린 데 비해 2편은 세 딸을 사랑해 개과천선한 그루가 비밀요원이 돼 악당을 소탕하는 작전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첩보물 틀에 슬랩스틱 코미디를 듬뿍 넣었다. 첨단무기들도 눈을 즐겁게 한다.

‘몬스터대학교’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의 열네 번째 장편. 익숙한 성장담에다 귀여운 캐릭터들로 포장했다. ‘몬스터주식회사’(2001)의 주인공인 마이크와 설리반의 대학 시절 에피소드를 그렸다. 마이크와 설리반이 경연대회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눈이 다섯 개 달린 포동포동한 스퀴시 등 귀여운 캐릭터도 호감을 살 만하다.

○삶을 음미하게 만드는 예술영화

인생의 아이러니와 유머를 포착한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는 낄낄대며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한 여자를 중심에 두고 각축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가 언어의 유희로 표현된다. 정유미, 이선균, 김상중 등 ‘홍 감독 사단’에 정재영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빠른 전개와 반전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상업영화에 물린 관객이라면 단비 같은 작품.

아르헨티나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외로움과 막막함을 세련된 감성으로 그린 멜로물. 남녀 주인공이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 어긋남을 반복하면서 사랑의 험난함을 보여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