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첫 연임 시도…안개 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불교계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선거 열기로 뜨겁다. 4년마다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출 때문이다. 다음달 10일 선거를 앞두고 이미 국회 격인 중앙종회 의장을 지낸 보선 스님이 출마를 선언했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16일 종단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전 포교원장 도영 스님도 지난 12일 금오문도회가 총무원장 후보로 추대했다.

○자승 총무원장, 연임 성공할까

조계종 종책모임 ‘불교광장’은 16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어 자승 스님을 제34대 총무원장 후보로 추대했다.

불교광장은 지난 7월 조계종 내 여러 계파가 참여해 종책 개발과 건전한 선거문화 조성을 기치로 출범했으나, 이해관계가 갈리면서 지금은 자승 스님 계열의 일부 계파(화엄·법화)만 남았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교구본사 주지 24명 가운데 16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 중흥과 불교 발전의 발판을 확고하게 세우고 조계종의 새 역사를 쓴 소임자로 기억되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백양사관광호텔에서 있었던 승려들의 도박사건 이후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는 “저의 출마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는 줄 알지만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하지 않겠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사부대중께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현직 총무원장이 연임에 도전하기는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이후 처음이다. 조계종 선거법에는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선방에서 참선하는 스님들의 모임인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자승 원장의 출마에 반대하며 조계사에서 16일로 18일째 묵언정진을 하고 있고 전국승려대회도 열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또 중앙종회 의원 30여명은 이날 자승 스님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다루겠다며 임시중앙종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실상 자승·보선 스님 2파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중앙종회 의원 81명(현재 1명 공석)과 24개 교구본사 선거인단 240명 등 총 321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자승 스님 외에 지금까지 명확하게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세 명. 불교광장에서 탈퇴한 종책모임(계파) 무량·무차회와 백상도량(옛 보림회)의 이른바 ‘3자 연대’가 추대한 보선 스님, 금오문도회가 추대한 도영 스님, 내장사 백련선원장 대우 스님 등이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후보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도 “자승 스님이 출마하면 대항마가 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계종은 18~20일 후보등록을 받는다.

하지만 선거는 종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승·보선 스님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선 스님은 “계파가 뭉쳐서 이익을 나눠 갖고, 여기에 끼지 못하는 계파는 살아남기 위해 뭉친 것이 현실”이라며 “계파를 관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년마다 돌아오는 총무원장 선거는 조계종에 적잖은 풍파와 상흔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