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의 싸움…진공청소기 특허가 뭔지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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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과 특허소송 '삼성 모션싱크' 광주공장 가보니…
개털과 머리카락, 흙, 규사, 목재가루에 이어 옷핀과 팝콘, 종이조각까지…. 16일 찾은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청소기 성능평가 시험실에서는 ‘더럽히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청소기 흡입력을 검증하기 위해 생활 쓰레기를 롤러로 카펫에 촘촘히 박았다. 실험 대상인 카펫 종류만 40~50종. 0.3㎛의 미세먼지 입자는 4㎏ 한 통에 200만원을 주고 사온다고 했다.
옆방에서는 애써 개발한 청소기에 대한 ‘고문’작업이 한창이었다. 로봇청소기는 감시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루 24시간 고장날 때까지 작동한다. 청소기 부품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120도를 오가며 500시간 동안 얼렸다 구워진다. 코드선은 거친 사포로 무자비하게 문지르고 호스는 좌우로 잡아당기길 반복한다. 온·오프 작동 버튼은 2만회를 눌러본 후 이상이 없어야 통과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션싱크’는 이 지난한 평가 과정 외에도 한 단계를 더 거쳤다. ‘뒤집어지지 않는 청소기’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주행성능 평가다. 이를 위해 2억원이 넘는 전용장비를 들여왔다. 호스를 빠르게 잡아당기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기우는지를 시험한다. 직진성 시험은 개발자들끼리 커피내기 시합을 하며 진행했다. 긴 복도에서 청소기 본체를 볼링공처럼 굴리면 한번에 25~30m는 직선으로 쭉 나갔다.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로 볼링장에서의 ‘모션싱크’ 유튜브 홍보영상도 완성됐다.
모션싱크 개발팀을 이끈 이준화 상무는 “청소기가 넘어지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먼지를 분리하는 부분이 막혀 쓰레기가 역류할 수도 있다”며 “납작하게 만들어보고 무게도 실어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본체와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본체 회전’ 구조에서 찾았다. 바퀴의 모양과 크기도 관건이었다.
이 상무는 “문턱을 넘기 위해 본체 높이 만큼 바퀴를 키웠다”며 “동시에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경주용 휠체어처럼 바퀴 윗부분이 안쪽으로 경사진 캠버드 휠을 채용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또다른 과제가 생겼다. 바퀴가 너무 커 본체의 공간 활용도가 줄은 것. 이에 바퀴의 테두리만 남긴 채 중간을 뚫고 그 사이로 배기구멍을 냈다. 이 상무는 “이런 구조와 기술관련 특허가 수천 건”이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청소기 특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션싱크 개발엔 1년간 10여 명의 개발팀뿐 아니라 디자인과 양산팀 등 전 부서가 매달렸다. 악역은 이 상무가 맡았다. 수백 번째 다시 그린 설계도면을 받아들고서도 “청소기가 아니라 탱크”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몇 주간 밤을 새운 후 시제품을 완성했을 때도 “여기서 크기를 5%만 더 줄이자”고 다그쳤다.
새로운 벽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의 먼지 같은 지식으로 감히 안 된다고 단정짓지 말자”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의 말을 전하며 부하 직원들을 자극했다. 팀원들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마지막 순간 한 발을 쑥 내밀어 쇼트트랙 금메달을 딴 영상을 즐겨 봤다. 이 상무는 “지금 우리는 결승선 앞”이라며 “한 발만 더 뻗어 보자”고 독려했다. 그는 “그렇게 내민 한 발이 메달의 색을 결정한다”며 “끈질긴 혁신없이 비슷한 제품으로는 시장을 이끌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생활가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소형가전 중 글로벌 동시 판매를 한 것은 모션싱크가 처음이다.
광주=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옆방에서는 애써 개발한 청소기에 대한 ‘고문’작업이 한창이었다. 로봇청소기는 감시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루 24시간 고장날 때까지 작동한다. 청소기 부품은 영하 40도에서 영상 120도를 오가며 500시간 동안 얼렸다 구워진다. 코드선은 거친 사포로 무자비하게 문지르고 호스는 좌우로 잡아당기길 반복한다. 온·오프 작동 버튼은 2만회를 눌러본 후 이상이 없어야 통과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출시한 ‘모션싱크’는 이 지난한 평가 과정 외에도 한 단계를 더 거쳤다. ‘뒤집어지지 않는 청소기’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주행성능 평가다. 이를 위해 2억원이 넘는 전용장비를 들여왔다. 호스를 빠르게 잡아당기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기우는지를 시험한다. 직진성 시험은 개발자들끼리 커피내기 시합을 하며 진행했다. 긴 복도에서 청소기 본체를 볼링공처럼 굴리면 한번에 25~30m는 직선으로 쭉 나갔다.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로 볼링장에서의 ‘모션싱크’ 유튜브 홍보영상도 완성됐다.
모션싱크 개발팀을 이끈 이준화 상무는 “청소기가 넘어지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먼지를 분리하는 부분이 막혀 쓰레기가 역류할 수도 있다”며 “납작하게 만들어보고 무게도 실어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본체와 바퀴가 따로 움직이는 ‘본체 회전’ 구조에서 찾았다. 바퀴의 모양과 크기도 관건이었다.
이 상무는 “문턱을 넘기 위해 본체 높이 만큼 바퀴를 키웠다”며 “동시에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경주용 휠체어처럼 바퀴 윗부분이 안쪽으로 경사진 캠버드 휠을 채용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또다른 과제가 생겼다. 바퀴가 너무 커 본체의 공간 활용도가 줄은 것. 이에 바퀴의 테두리만 남긴 채 중간을 뚫고 그 사이로 배기구멍을 냈다. 이 상무는 “이런 구조와 기술관련 특허가 수천 건”이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청소기 특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모션싱크 개발엔 1년간 10여 명의 개발팀뿐 아니라 디자인과 양산팀 등 전 부서가 매달렸다. 악역은 이 상무가 맡았다. 수백 번째 다시 그린 설계도면을 받아들고서도 “청소기가 아니라 탱크”라는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몇 주간 밤을 새운 후 시제품을 완성했을 때도 “여기서 크기를 5%만 더 줄이자”고 다그쳤다.
새로운 벽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의 먼지 같은 지식으로 감히 안 된다고 단정짓지 말자”는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의 말을 전하며 부하 직원들을 자극했다. 팀원들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가 마지막 순간 한 발을 쑥 내밀어 쇼트트랙 금메달을 딴 영상을 즐겨 봤다. 이 상무는 “지금 우리는 결승선 앞”이라며 “한 발만 더 뻗어 보자”고 독려했다. 그는 “그렇게 내민 한 발이 메달의 색을 결정한다”며 “끈질긴 혁신없이 비슷한 제품으로는 시장을 이끌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생활가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소형가전 중 글로벌 동시 판매를 한 것은 모션싱크가 처음이다.
광주=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