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 '주춤주춤'…눈치보는 오바마
지난달 21일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과 시민들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해 13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이 급물살을 탔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민에게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군사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그간 국내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 한해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27일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시리아 공습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시리아 공습 결정은 쉽지 않았다. 8월30일 영국 하원이 공습안을 부결시키면서 공습 포기를 선언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단독 공격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받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의 결정만으로도 공습이 가능했지만 추후 정치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의회 분위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과는 사뭇 달랐다.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한 상원에서도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회의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공습안 처리는 교착 상태에 빠지는 분위기였다.

미국 정부의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로 인한 국방비 삭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워드 매키언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예산이 삭감된 상태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무거운 부담을 지울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의 시리아 군사개입을 반대했다.

이때 러시아가 중재안을 들고 나왔다.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폐기한다면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전해 들은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로 하여금 화학무기를 폐기하도록 하자”는 절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국면은 공습에서 외교를 통한 해결 쪽으로 급반전됐다. 시리아는 12일(현지시간)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가입했다. 미국은 외교 해결에 실패할 경우 공습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가운데 이날 케리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틀간의 회담에 돌입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