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는 일 많은 여성들, 괴사·퇴행성 관절염 등 위험
초기엔 별다른 증상 없어…양반다리 할 때 아프면 의심
손상 심하면 인공고관절수술…다리 꼬는 습관 좋지 않아
대퇴골두무혈성괴사란 골반과 넓적다리를 이어주는 고관절(엉덩이관절)에 혈액순환 장애가 생겨 뼈가 썩어 들어가는 병이다. 일종의 고관절 질환이다.
고관절은 골반 뼈 위에 있는 매우 큰 엉덩관절을 말한다. 어깨관절만큼이나 운동범위가 넓고 걷고 뛰고 앉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유선 부민병원 관절센터 과장은 “고관절 질환을 앓게 되면 초기에는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이미 말기인 경우가 많다”며 “고관절 부위가 아닌 허리, 무릎 등의 통증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 때 엉덩이나 허벅지에 통증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엉덩이뼈 썩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에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와 퇴행성고관절염, 엉덩이 골절 등을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최근 많이 늘어나는 질병이다. 30대부터 50대까지 중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증상은 무릎과 허리, 엉덩이 부위의 통증이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걸을 때, 자리에 앉을 때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통상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대퇴골 경부가 골절되거나 고관절 탈구로 인해 혈류가 차단되면서 발병한다.
○명절증후군 ‘퇴행성고관절염’
고관절 중 퇴행성고관절염도 빈번하다. 40대 이후 관절의 노화, 충격으로 인한 외상, 반복적이고 무리한 자세 등으로 자주 발생한다. 또 과체중, 상체비만 등도 주요한 원인이다.
집안일을 하면서 쪼그려 앉는 등 고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중년 여성들에게서 흔히 발병한다. 추석 등 명절 전후 관절전문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퇴행성고관절염이다. ‘명절증후군’ 가운데 하나다.
관절을 지탱하고 보호해주는 근육이 적은 노인들도 퇴행성고관절염에 취약하다. 문제는 평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을 경험한 50대 이상 환자 5명 중 1명이 1년 내 사망한다. 또 골절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추가 골절 위험과 사망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넓적다리뼈(대퇴골) 골절 환자는 1차 골절 발생 뒤 재골절이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3배나 높다. 따라서 고관절 골절환자는 골절 치료뿐만 아니라 뼈 건강을 강화하고 추가 골절을 막는 근본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최소 상처 인공고관절수술
고관절염 치료는 기본적으로 체중을 줄이고 근력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아픈 고관절 반대쪽에 지팡이를 짚으면 고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을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질환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인공고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고관절수술에는 최소상처 인공고관절 수술이 대표적이다. 최소 절개로 근육과 힘줄이 크게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시술이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초기 단계일 때 약물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로 자신의 고관절을 최대한 사용하도록 하는 치료를 시행하지만,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썩은 부위를 잘라내고 인공고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전 과장은 “수술 뒤 3개월 정도는 좌식 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다. 바닥에 앉을 때나 일어설 때 고관절이 과도하게 굴곡돼 탈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양반다리로 앉기보다는 의자나 침대 생활을 하는 것이 좋고 다리를 꼬는 행위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 뒤에는 근육 힘이 돌아올 때까지 걷기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고관절에도 내시경 이용
최근에는 고관절에도 무릎이나 어깨관절처럼 관절내시경수술을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고관절내시경 수술은 1㎝ 미만의 최소 절개를 통해 초소형 고감도 카메라가 부착된 내시경을 삽입하는 시술이다. 관절 내부를 보면서 치료한다. 눈으로 확인하면서 치료하기 때문에 손상된 고관절 부위를 정확하게 시술할 수 있다.
김필성 부민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고관절 내시경은 대퇴비구 충돌증후군(고관절증후군), 화농성 관절염(관절고름증)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최신 의료기술”이라며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의사가 적고 고관절은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해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고관절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관절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올바르지 못한 자세를 고치고 다리를 너무 자주 꼬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 무릎과 사타구니 허리 등이 아프다면 간과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부민병원 관절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