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이전에 입사한 증권맨과 이후에 입사한 사람은 시장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다릅니다. 리먼 사태 이후 대세 상승장을 보지 못했으니, 언제나 시장에 대해 비관적이고 조심스러운 게 특징이죠.”(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한국 증시 지형을 뒤흔들었다. 상장사 시가총액과 주가지수는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장기 박스권에 갇혀버렸다. 시장을 대하는 관점도 보수적으로 변했다.

가장 출렁인 것은 시가총액이다. 리먼 사태 발발 전인 2008년 5월 940조202억원에 달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리먼 충격파’가 본격 도달한 2008년 10월 566조4380억원으로 급감했다. 2009년 2월에는 547조856억원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났다. 시총은 위기가 발생한 지 1년반가량 지난 2010년 4월(931조7432억원)에야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뉴욕증시가 리먼 사태 직전 시가총액을 2010년 10월에 회복한 것과 비교하면 6개월가량 빠르다.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하던 증시는 2010년 9월부터 3년 가까이 시총 1000조~1200조원 박스권에 갇혀버렸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9월15일 1477.92에서 938.75(10월24일)까지 급전직하했다가 꾸준히 회복, 2010년 12월에 지수 2000선을 탈환했다. 그러나 리먼 사태 발발 이후 지난 4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0.7% 오르는 데 그쳤다.

거래금액 측면에선 지금 시황이 리먼 파산 직후보다 좋다고 하기 어렵다. 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7633억원이었다. 위기가 불거진 2008년 8월의 3조8335억원이 ‘바닥’이었다. 위기 국면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하루 평균 5조~7조원대 거래는 꾸준히 이뤄졌다. 2011년 4월에는 9조1990억원까지 거래가 늘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달 3조8259억원을 기록하며 리먼 사태 최악의 시기보다도 더욱 위축됐다. 증권가 사람들이 현재 시황을 ‘사상 최악’이라고 얘기하는 근거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