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장 초 KB금융현대하이스코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외국계 증권사 크리디리요네(CLSA)증권을 통한 대량 주문으로 두 종목의 주가가 장 초반 급변동한 것. 증권업계에서는 CLSA증권의 주문실수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전날보다 0.96% 올라 장을 시작한 KB금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한가(-14.91%)로 곤두박질쳤다. 오전 9시9분 갑자기 CLSA 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물이 출회되며 주가가 추락했다.

반면 같은 시간 현대하이스코 주가는 상한가(14.99%)를 기록했다. 1.79% 오름세로 장을 시작한 후 급작스레 뛰었다.

그러나 이내 두 종목 주가는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가 상승세로 장을 마무리지었다. 이날 KB금융은 전날보다 400원(1.09%)오른 3만695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하이스코는 1150원(2.57%) 상승한 4만5850원에 거래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CLSA증권의 주문 실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롱숏' 전략을 바탕으로 주문을 내는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CLSA증권의 주문 실수일 경우 해당 증권사의 손실로 처리된다.

업계에서는 당시 CLSA증권 창구를 통해 KB금융 14만5000주, 현대하이스코 5만9000주 가량의 매매가 체결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금융업종 담당 연구원은 "CLSA증권 창구를 통해 출회된 물량을 받아간 매수 주체가 여러 곳이란 점, 이내 가격이 회복됐다는 점 등에 비춰 주문실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선임연구원은 "KB금융과 현대하이스코 두 종목에 대해 동시에 주문이 나왔는데 (CLSA증권이) 롱숏 전략을 바탕으로 매매를 시도했을 수 있다"며 "주가에 충격을 줄 정도의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된 점 등을 고려하면 수량 등에서 주문실수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된 주가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KB금융이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밀려 일부 ELS의 경우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했는데, 이를 유도했다는 것.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256개 ELS 가운데 스텝다운형(공모·사모 합산) ELS는 200개로 추산된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이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당시 가격이 지난 7월4일 저가인 3만2450원보다 낮고 이날 장중 저가인 3만1100원보다 높은 ELS는 24개, 519억원(발행액 기준) 규모였다"면서도 "24개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ELS가 2개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보면 (주가 조작 가능성) 확률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거래소는 주문실수 여부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선 상태다.

거래소 관계자는 "(CLSA증권의) KB금융, 현대하이스코 매매와 관련해 직접주문전용선을 통해 해외에서 주문이 들어왔다고 파악된다"며 "CLSA증권 측은 주문실수 때문이라고 밝힌 상태이고, 현재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CLSA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