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명 중 3명 "노력해도 계층 상승 어렵다"
국민 넷 중 세 명은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양성의 토대가 됐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1015명을 대상으로 계층 이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계층 상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75.2%가 낮다고 답했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24.8%에 불과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누구나 노력하면 계층 상승이 가능한 사회일수록 역동성이 커지고 사회 통합도 가능해지지만 최근 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30대에서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응답이 80.2%에 달해 가장 비관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부실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에 진출한 세대다. 2008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자산을 불릴 기회를 놓친 것도 비관론을 부채질했다.

그나마 낙관적인 연령대는 60세 이상과 29세 이하로,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답변은 각각 66.3%와 70.5%였다. 이 연구위원은 “고속 성장을 경험한 고령자와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은 청년층은 계층 이동에 대해 희망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자신의 계층이 하락했다’는 응답은 20.8%로, 상승했다는 응답(2.3%)의 9배에 달했다. 계층 하락 이유로는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 증가’(39.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실직이나 소득 감소’(29.4%) ‘자산가격 하락’(17.5%) ‘과도한 부채로 인한 상환 부담’(9.5%) ‘기회 불공평’(3.8%) 등의 순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계층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려면 정부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