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투자의견 없는 투자유망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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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증권부 기자 hjs@hankyung.com
“물건이 좋은지 안 좋은지는 정확히 판단 하지 못하겠습니다. 대충 괜찮아 보이니 일단 사세요.”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갔는데 이런 말을 하는 상인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비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에 그 가게와 상인을 다시 찾지 않을 게 뻔하다. 상식적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종목 분석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매일 아침 발간하는 ‘데일리 종합 보고서’의 2~3쪽을 할애해 투자자에게 적게는 3~4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투자 유망 종목’을 추천한다. “애널리스트들이 고른 괜찮은 종목이니 한 번 매수해 보라”는 뜻이다.
지난 6일 8개 증권사들이 제시한 추천 종목 리스트엔 소속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내지 않은 ‘NR(Not Rated·투자의견 없음) 보고서’ 종목들이 20개나 들어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특정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분석보고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낼 자신이 없을 때 ‘NR 보고서’를 쓴다.
증권사들이 ‘자신이 없다’고 인정한 종목들을 투자유망 종목에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고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분석 보고서를 쓰는 리서치센터가 아닌 WM(자산관리)사업부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유망 종목을 추천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질은 수익률 경쟁 때문이다. ‘투자 유망 종목’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여야 하다 보니 최근 증시 흐름에 부합하는 종목을 찾게 되고, 결국 검증되진 않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종목들을 무리하게 추천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15개 투자 유망 종목 포트폴리오 중 최근 1개월 동안 코스피200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은 2개에 불과하다.
무책임한 행동이 ‘낮은 수익률’이라는 부메랑이 돼 증권사들의 발목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좀 더 책임 있는 증권사들의 투자 유망 종목 선정이 필요한 이유다.
황정수 증권부 기자 hjs@hankyung.com
물건을 사러 가게에 갔는데 이런 말을 하는 상인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비자들은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에 그 가게와 상인을 다시 찾지 않을 게 뻔하다. 상식적으로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종목 분석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매일 아침 발간하는 ‘데일리 종합 보고서’의 2~3쪽을 할애해 투자자에게 적게는 3~4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투자 유망 종목’을 추천한다. “애널리스트들이 고른 괜찮은 종목이니 한 번 매수해 보라”는 뜻이다.
지난 6일 8개 증권사들이 제시한 추천 종목 리스트엔 소속 애널리스트가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내지 않은 ‘NR(Not Rated·투자의견 없음) 보고서’ 종목들이 20개나 들어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특정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분석보고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낼 자신이 없을 때 ‘NR 보고서’를 쓴다.
증권사들이 ‘자신이 없다’고 인정한 종목들을 투자유망 종목에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는 투자의견과 목표주가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고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분석 보고서를 쓰는 리서치센터가 아닌 WM(자산관리)사업부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투자 유망 종목을 추천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질은 수익률 경쟁 때문이다. ‘투자 유망 종목’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여야 하다 보니 최근 증시 흐름에 부합하는 종목을 찾게 되고, 결국 검증되진 않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종목들을 무리하게 추천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15개 투자 유망 종목 포트폴리오 중 최근 1개월 동안 코스피200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 것은 2개에 불과하다.
무책임한 행동이 ‘낮은 수익률’이라는 부메랑이 돼 증권사들의 발목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좀 더 책임 있는 증권사들의 투자 유망 종목 선정이 필요한 이유다.
황정수 증권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