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의 ‘진양주’
전남 해남의 ‘진양주’
박목월 시인은 시 ‘나그네’에서 ‘술 익는 마을’을 바라보며 고향을 생각했다. 곧 있으면 추석이다. 추석이 되면 송편을 만들고 향긋한 술 한잔을 나누며 고단한 일상을 위로받는다. 이번 추석 성묘가 끝나고 나면 맛과 향이 뛰어나고 강력하게 고향을 환기시키는 전통주의 고장으로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는 충북 충주의 ‘중원 청명주’, 강원 홍천의 ‘동몽’ ‘만강에 비친 달’, 경북 영주의 ‘소백산 오정주’, 전남 해남의 ‘진양주’ 등 2013년 추석에 가볼 만한 전통주 고장과 주변관광지를 선정·발표했다.

○실학자 이익이 즐겨 마신 중원 청명주

‘중원 청명주’는 음력 3월 청명에 마시는 절기주지만 추석에도 사랑받는 술이다. 조선 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것을 1986년 충북 가금면 창동에서 누대에 걸쳐 터를 닦고 살아온 김영기 옹이 집안에 전하는《향전록》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 영섭 씨가 4대째 술을 빚고 있다. 청명주는 찹쌀과 밀 누룩으로 만들며, 과일 향이 풍기는 깊은 곡주 향과 맑은 황금빛이 특징이다. 충주에 가면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서 와인 맥주 브랜디 등 세계 술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충주행복숲체험원에서 삼림욕하며 목공예 체험을 할 수 있다. 여행의 대미는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 수안보온천에서 장식한다. (043)842-5005

○찹쌀과 단호박으로 빚은 홍천 동몽주

강원 홍천군 내촌면에는 ‘동몽’과 ‘만강에 비친 달’을 빚는 ‘전통주조 예술’의 양온소가 있다. 전통주란 넓은 의미에서 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빚은 술인데, 예술에서 말하는 전통적인 방식이란 쌀을 주원료로 하고 전통 누룩을 발효제로 옹기에서 발효한 것이다.

양온소라는 이름 또한 고려 시대 술을 빚은 관공서(양온서)에서 따온 것이다. 전통 누룩과 홍천에서 나는 찹쌀, 단호박으로 빚은 동몽은 알코올 도수 17%의 약주다. 같은 재료로 빚는 만강에 비친 달은 알코올 도수 10%의 탁주다. 고찰 수타사, 들꽃이 아름다운 수타사생태숲, 아이들의 놀이터 홍천생명건강과학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033)435-1120

○과학으로 발전시킨 영주 소백산 오정주

480여년 전 반남 박씨들이 터전을 잡은 경북 영주 귀내마을에 오랜 세월 빚어온 ‘오정주’가 전해진다. 솔잎 구기자 천문동 백출 황정 등 몸의 기운을 북돋는 한약재가 들어가는 오정주를 계승하고 상품화한 사람은 ‘소백산 오정주’의 박찬정 대표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오정주 빚기를 계량화하고, 고서를 찾아 고증하고 발효공학을 공부해 그가 완성한 술은 청주가 아닌 소주다. 하지만 청주의 부드러움과 약효는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직접 띄운 누룩과 질 좋은 재료, 전통 증류법을 사용한 결과다.

영주 대표 관광지인 소수서원을 지나 부석사 가는 길에 영주사과의 달콤함이 가미된 아삭한 애플파이 맛을 볼 수 있는 쉼터 ‘애플빈커피’가 있다. 영주 가흥동 마애여래삼존상 및 여래좌상(보물 221호)과 무섬마을(중요민속문화재 278호)도 볼거리다. (054)633-8166

○조선의 왕들이 마시던 술, 해남 진양주

해남 ‘진양주’는 조선 임금이 마시던 술이다. 구중궁궐에서 마시던 술이 해남의 가양주가 된 사연이 특별하다. 조선 헌종 때 술을 빚던 궁녀 최씨가 궁에서 나간 뒤 사간 벼슬을 지낸 김권의 후실로 들어갔고, 최씨에게 술 빚는 법을 배운 김권의 손녀가 해남의 장흥 임씨 집안으로 시집가면서 그 맥이 이어졌다.

2011년 프랑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만찬주로 선정됐을 만큼 그 맛이 빼어나다. 순수하게 찹쌀과 누룩으로 빚었지만, 꿀을 섞은 듯 달콤하고 부드럽다. 해남은 남도 여행 1번지로 꼽힌다. 서산대사의 의발이 전해지는 천년 고찰 대흥사를 둘러보고 케이블카로 두륜산 정상에 오르면 해남의 들녘과 바다가 품에 안긴다.(061)532-5745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