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카와 고이치, 최대 무인 주차장 체인 구축…25년 연속흑자 신화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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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니시카와 고이치 파크24 CEO
카 셰어링 서비스까지 진출…종합 교통 인프라 기업 꿈
부친의 혹독한 경영수업
아버지 회사 부장으로 들어갔지만 땅 임대 협상 등 밑바닥부터 챙겨
무인주차장은 24시간 편의점
상권 개발되는 한 주차장 수요 커져…경쟁력만 갖추면 사업할 곳 많아
흑자행진 비결은
자투리 공간엔 자판기 설치…하루 단위로 전국 수익성 관리
카 셰어링 서비스까지 진출…종합 교통 인프라 기업 꿈
부친의 혹독한 경영수업
아버지 회사 부장으로 들어갔지만 땅 임대 협상 등 밑바닥부터 챙겨
무인주차장은 24시간 편의점
상권 개발되는 한 주차장 수요 커져…경쟁력만 갖추면 사업할 곳 많아
흑자행진 비결은
자투리 공간엔 자판기 설치…하루 단위로 전국 수익성 관리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 대도시에 가면 ‘P’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주차장(parking lot)’이란 뜻이다. 대부분 유료 주차장이다. 보통 10분에 150~200엔(약 1650~2200원) 정도로 주차료가 비싼 편이다.
일본에 유료 주차장이 많은 이유는 도로가 좁아서 주차 단속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 시 한국 돈으로 10만~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차를 세울 주차장이 있다는 증명서가 없으면 자동차를 살 수도 없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도 한 달에 2만~5만엔(약 22만~55만원)을 별도로 내야 할 정도다. 차라리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는 게 훨씬 이득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유료 주차장 이용이 자연스럽게 습관화됐다.
이 같은 주차난을 사업 기회로 삼고 30년 넘게 계속 성장을 거듭해 오는 기업이 있다. 일본 최대 24시간 무인 주차장 체인 ‘타임스24(Times24)’를 운영하는 파크24(Park 24)다.
이 회사의 구호는 “사람과 자동차, 도로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쾌적한 자동차 사회’ 실현”이다. 언뜻 보면 토지와 주차 관리인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이 ‘쉬운 사업’으로부터 이런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이끌어 낸 사람이 있다. 니시카와 고이치 파크24 사장(49·사진)이다.
○“24시간 주차장=24시간 편의점”
파크24는 니시카와 사장의 아버지인 니시카와 기요시가 1971년 창업한 회사다. 니시카와 기요시는 처음엔 주차장 간판과 주차시간을 나타내는 미터기와 같은 주차장 관련 용품을 만들어 팔다가 얼마 안 돼 파크24를 무인 주차장 운영회사로 전환했다. 1970~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자가용 열풍이 불며 주차장의 필요성 또한 커질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니시카와 사장은 도쿄 고쿠시칸대를 졸업한 뒤 공작기계 회사 아마다에 입사, 3년간 일한 뒤 1993년 아버지의 회사인 파크24에 정보개발부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정보개발부장이란 직함은 그저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가 한 일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주차장 부지를 찾고, 토지 주인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임대 협상을 하는 것이었다. 니시카와 사장은 “아버지는 내가 사원들을 시켜서 조사하도록 절대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며 “그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노하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아버지로부터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니시카와 사장은 “24시간 무인 주차장은 24시간 편의점과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7월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대도시의 도로 주차 중 약 80%가 불법”이라며 “이는 자동차 급증에 비해 주차장 수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24시간 무인 주차장은 한밤중에 치약과 같은 생활필수품이 떨어졌을 때 곧바로 찾아가는 24시간 편의점 같은 존재”라며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들이 있고, 도심에서 상권이 계속 개발되는 한 주차장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입장벽 제로’ 업계에서 25년 연속 흑자
파크24는 24시간 무인 주차장인 타임스24와 병원 백화점 등 대형 건물 주차장 관리를 대행하는 ‘타임스서비스’, 렌터카 사업 부문인 ‘타임스 모빌리티 네트웍스’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한국엔 2006년 GS칼텍스와 50%씩 지분을 투자해 만든 합작사 ‘GS파크24’가 있으며, 대만에도 진출했다.
니시카와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주차장 운영 사업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인 주차장 운영이 겉으로 볼 땐 비어 있는 땅을 빌려 무인 정산기를 설치하고, 주차장에 경계선을 긋고 폐쇄회로TV(CCTV)를 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무인 주차장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땅만 있으면 되겠지’란 안이한 생각으로 덤볐다가 망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파크24가 다른 기업들과 차별성을 두는 것은 부지 확보 방식과 공간 활용 효율성의 극대화다. 파크24에서 주차장 부지 확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전체 1300여명 중 약 4분의 1인 34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업성이 높은 나대지를 발견하고, 땅 주인과 협상하면서 최대한 싼값에 토지를 사들이거나 빌리는 일을 한다.
니시카와 사장은 “상권이 새로 생겨 근처 주차장 부지를 새로 개발해야 할 때는 해당 지역의 반경 200m를 담당 직원이 직접 도보로 점검한다”며 “토지 소유주와 부동산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와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장 부지를 임대한 토지 주인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크24는 자체 개발한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자사의 전국 주차장 상황을 본사에서 원격 파악할 수 있다. 또 수익 관리 또한 하루 단위로 이뤄지며, 이 수익은 해당 주차장의 땅주인과 계약한 대로 정확히 분배된다. 아울러 경쟁사의 주차장이 인근에 새로 생겼을 경우 이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도 있다. 니시카와 사장은 “다른 경쟁사 주차장들의 평균 토지 임대 기간이 3년에서 3년6개월인 데 비해 파크24는 7년에서 7년6개월에 달한다”며 “신규 계약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임대 계약자들을 우대하는 것 또한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파크24 주차장엔 ‘놀려 두는 공간’이 별로 없다. 우선 주차장당 평균 가동률이 45%다. 주차공간 10개 중 4개 이상에 차량이 항상 주차돼 있다는 뜻이다. 자투리 공간에는 음료와 과자, 담배 등의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놓았다.
이런 여러 가지 전략에 힘입어 파크24는 지난해까지 25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2012회계연도(2011년 11월~2012년 10월) 파크24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1395억엔, 순이익은 47.7% 늘어난 97억엔을 기록했다.
○‘종합 교통인프라 기업’을 꿈꾼다
파크24는 최근 타임스24를 통해 ‘카 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으로만 빌릴 수 있는 기존 렌터카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최소 15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도록 마련한 서비스다. 니시카와 사장은 “차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가 불시에 급히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누구든지 있을 것”이라며 “영업과 홍보, 비서 업무 등에 종사하는 젊은 샐러리맨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니시카와 사장은 “아버지는 0에서 10까지를 만들어 주고 내게 회사를 넘기셨다”며 “10을 100으로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카 셰어링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파크24를 단순한 주차장 회사가 아닌 ‘종합 교통인프라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일본에 유료 주차장이 많은 이유는 도로가 좁아서 주차 단속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 시 한국 돈으로 10만~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차를 세울 주차장이 있다는 증명서가 없으면 자동차를 살 수도 없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도 한 달에 2만~5만엔(약 22만~55만원)을 별도로 내야 할 정도다. 차라리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는 게 훨씬 이득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유료 주차장 이용이 자연스럽게 습관화됐다.
이 같은 주차난을 사업 기회로 삼고 30년 넘게 계속 성장을 거듭해 오는 기업이 있다. 일본 최대 24시간 무인 주차장 체인 ‘타임스24(Times24)’를 운영하는 파크24(Park 24)다.
이 회사의 구호는 “사람과 자동차, 도로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쾌적한 자동차 사회’ 실현”이다. 언뜻 보면 토지와 주차 관리인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이 ‘쉬운 사업’으로부터 이런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이끌어 낸 사람이 있다. 니시카와 고이치 파크24 사장(49·사진)이다.
○“24시간 주차장=24시간 편의점”
파크24는 니시카와 사장의 아버지인 니시카와 기요시가 1971년 창업한 회사다. 니시카와 기요시는 처음엔 주차장 간판과 주차시간을 나타내는 미터기와 같은 주차장 관련 용품을 만들어 팔다가 얼마 안 돼 파크24를 무인 주차장 운영회사로 전환했다. 1970~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자가용 열풍이 불며 주차장의 필요성 또한 커질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니시카와 사장은 도쿄 고쿠시칸대를 졸업한 뒤 공작기계 회사 아마다에 입사, 3년간 일한 뒤 1993년 아버지의 회사인 파크24에 정보개발부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정보개발부장이란 직함은 그저 허울 좋은 이름일 뿐이었다. 실제로 그가 한 일은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주차장 부지를 찾고, 토지 주인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임대 협상을 하는 것이었다. 니시카와 사장은 “아버지는 내가 사원들을 시켜서 조사하도록 절대 내버려 두지 않으셨다”며 “그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노하우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아버지로부터 사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니시카와 사장은 “24시간 무인 주차장은 24시간 편의점과 같은 존재”라고 강조한다. 그는 지난 7월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대도시의 도로 주차 중 약 80%가 불법”이라며 “이는 자동차 급증에 비해 주차장 수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24시간 무인 주차장은 한밤중에 치약과 같은 생활필수품이 떨어졌을 때 곧바로 찾아가는 24시간 편의점 같은 존재”라며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들이 있고, 도심에서 상권이 계속 개발되는 한 주차장 수요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입장벽 제로’ 업계에서 25년 연속 흑자
파크24는 24시간 무인 주차장인 타임스24와 병원 백화점 등 대형 건물 주차장 관리를 대행하는 ‘타임스서비스’, 렌터카 사업 부문인 ‘타임스 모빌리티 네트웍스’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한국엔 2006년 GS칼텍스와 50%씩 지분을 투자해 만든 합작사 ‘GS파크24’가 있으며, 대만에도 진출했다.
니시카와 사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다시피 주차장 운영 사업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인 주차장 운영이 겉으로 볼 땐 비어 있는 땅을 빌려 무인 정산기를 설치하고, 주차장에 경계선을 긋고 폐쇄회로TV(CCTV)를 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무인 주차장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땅만 있으면 되겠지’란 안이한 생각으로 덤볐다가 망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파크24가 다른 기업들과 차별성을 두는 것은 부지 확보 방식과 공간 활용 효율성의 극대화다. 파크24에서 주차장 부지 확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전체 1300여명 중 약 4분의 1인 34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업성이 높은 나대지를 발견하고, 땅 주인과 협상하면서 최대한 싼값에 토지를 사들이거나 빌리는 일을 한다.
니시카와 사장은 “상권이 새로 생겨 근처 주차장 부지를 새로 개발해야 할 때는 해당 지역의 반경 200m를 담당 직원이 직접 도보로 점검한다”며 “토지 소유주와 부동산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중개 수수료와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장 부지를 임대한 토지 주인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크24는 자체 개발한 전산 시스템을 통해 자사의 전국 주차장 상황을 본사에서 원격 파악할 수 있다. 또 수익 관리 또한 하루 단위로 이뤄지며, 이 수익은 해당 주차장의 땅주인과 계약한 대로 정확히 분배된다. 아울러 경쟁사의 주차장이 인근에 새로 생겼을 경우 이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도 있다. 니시카와 사장은 “다른 경쟁사 주차장들의 평균 토지 임대 기간이 3년에서 3년6개월인 데 비해 파크24는 7년에서 7년6개월에 달한다”며 “신규 계약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임대 계약자들을 우대하는 것 또한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파크24 주차장엔 ‘놀려 두는 공간’이 별로 없다. 우선 주차장당 평균 가동률이 45%다. 주차공간 10개 중 4개 이상에 차량이 항상 주차돼 있다는 뜻이다. 자투리 공간에는 음료와 과자, 담배 등의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놓았다.
이런 여러 가지 전략에 힘입어 파크24는 지난해까지 25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2012회계연도(2011년 11월~2012년 10월) 파크24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1395억엔, 순이익은 47.7% 늘어난 97억엔을 기록했다.
○‘종합 교통인프라 기업’을 꿈꾼다
파크24는 최근 타임스24를 통해 ‘카 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6시간 이상으로만 빌릴 수 있는 기존 렌터카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최소 15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도록 마련한 서비스다. 니시카와 사장은 “차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가 불시에 급히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누구든지 있을 것”이라며 “영업과 홍보, 비서 업무 등에 종사하는 젊은 샐러리맨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니시카와 사장은 “아버지는 0에서 10까지를 만들어 주고 내게 회사를 넘기셨다”며 “10을 100으로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카 셰어링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파크24를 단순한 주차장 회사가 아닌 ‘종합 교통인프라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