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싸움 '글리벡' 약값 인하 무산
대법원은 3일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사진) 판매사인 한국노바티스가 ‘정부의 약값 인하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보험약가 인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한국노바티스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가 합리적인 조정 절차 없이 특정 의약품 값을 직권으로 낮춘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지난 4년간 벌인 법정 공방은 복지부의 완패로 끝났다.

대법원은 “다른 나라의 글리벡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하면 글리벡 상한금액을 (정부가) 인하한 처분은 정당한 조정 사유 없이 이뤄진 것으로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판결했다.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2002년 국내 도입 초기부터 가격문제로 논란을 빚었다. 당초 2만3044원에 약값이 책정됐으나 ‘지나치게 비싸다’는 환자들이 불만이 끊이지 않자 복지부는 2009년 9월1일 장관 직권으로 약값을 14% 인하(1만9818원)한다고 전격 고시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싼 약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조정 신청’으로 약값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바티스는 즉각 약가인하 고시 집행정지 및 약가인하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고시 집행정지 취소 처분이 1주일 만에 인용돼 한국노바티스는 당초 가격인 2만3044원의 약값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고시 집행정지 결정으로 노바티스가 처음 요구한 가격을 계속 받았기 때문에 회사에 직접적 손실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다만 이번 결정은 정부의 고시 결정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최종 확정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재판 과정에서 각국에서 실제 거래되는 글리벡 가격이 공식 약값보다 낮다는 점을 재판부에 설명했으나 실제 거래 가격에 대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값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자료나 충분한 조정 절차 없이 직권으로 약값을 인하하려는 보건당국의 시도는 대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최서락 복지부 보험약재과 사무관은 “대법원이 복지부의 약값 인하 재량권 자체는 인정하면서 글리벡에 대해서는 약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