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선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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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군사공격에 대해 의회승인을 받겠다고 발표하자 미 의회가 바빠졌다. 매파성향의 공화당은 오바마의 ‘깜짝 카드’에 한방 먹은 모양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강경파는 군사개입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은 “우리가 오바마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느냐”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자칫 정국 주도권이 오바마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렌디 웨버 공화당 하원의원은 “의회에 움직이라고 촉구하는 오바마의 진짜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 대통령이 전쟁여부를 의회표결에 부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해외 군사작전은 의회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승인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후 통보하는 형식이었다.
오바마가 군 통수권자로서의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의회에 공을 떠넘긴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오바마가 전쟁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한 소식통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오바마는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이라크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 등 ‘평화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키워왔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를 단죄해야 하지만, 자신이 직접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의회의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세제개혁, 이민개혁법, 총기규제 등 오바마의 핵심 정책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쟁카드를 던짐으로써 양당의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의회를 상대로 도박을 걸었다(제럴드 사이버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지국장)”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내년도 예산안과 정부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바마는 도박을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대타협의 가능성은 열린 셈이다. 대통령과 야당이 출구 없이 대립하는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
미 대통령이 전쟁여부를 의회표결에 부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해외 군사작전은 의회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승인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후 통보하는 형식이었다.
오바마가 군 통수권자로서의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의회에 공을 떠넘긴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오바마가 전쟁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한 소식통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오바마는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이라크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 등 ‘평화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키워왔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를 단죄해야 하지만, 자신이 직접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의회의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세제개혁, 이민개혁법, 총기규제 등 오바마의 핵심 정책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전쟁카드를 던짐으로써 양당의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의회를 상대로 도박을 걸었다(제럴드 사이버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지국장)”는 분석도 나온다.
어차피 내년도 예산안과 정부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바마는 도박을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대타협의 가능성은 열린 셈이다. 대통령과 야당이 출구 없이 대립하는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진모 워싱턴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