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28일(23: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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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과도한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이해상충 방지 체제)’관행을 고집하면서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전과 우리금융 증권계열사 매각(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자산운용·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파이낸셜·우리F&I)에 참여할 인수후보자들이 인수 및 회계자문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지방은행·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후보들이 회계법인 가운데 삼정KPMG와 EY한영 등 2곳중 1곳을 회계자문사로 선택해야해 사실상 인수 후보간 ‘겹치기’회계자문을 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자문 분야에서도 대형 인수·합병(M&A) 경험이 없는 국내 증권사를 제외하면 국내 ‘빅4(삼일PwC·딜로이트안진·삼정KPMG·EY한영)’회계법인 뿐인데, 삼정KPMG와 EY한영 2곳만 쓸 수 있다.

한 외국계 금융회사 관계자는 “과도한 차이니즈 월 관행으로 회계자문을 맡길 수 있는 한국내 규모가 있는 회계법인이 2곳 밖에 없는 데, 2곳 모두 경쟁상대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쪽 회계자문을 맡고 있어 자문을 맡기기가 걱정된다”며 “IB들이 우리금융 딜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니즈 월이란 매각 자문 혹은 감사인이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인수측 자문을 못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국내 IB가운데 대형 M&A와 은행 감사 경험이 있는 곳은 빅4 회계법인 뿐인데, 우리금융 매각자문을 맡고 있는 삼일PwC는 인수자문을 맡을 수 없다. 우리금융이 차이니즈 월을 과도하게 적용해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의 인수·회계자문까지 막으면서 사실상 삼정KPMG와 EY한영 2곳이 모든 인수후보의 회계자문을 도맡게 된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가급적 많은 인수후보들을 끌어들이도록 IB들간 경쟁을 유도시켜야 할 우리금융이 여러가지 경쟁을 제한하는 차이니즈 월 관행으로 흥행의 열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이러한 비판을 감안해 최근까지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의 지방은행 인수·회계자문, 우리투자증권 인수·회계자문을 허락하려고 했지만 일부 감사위원의 반대에 부딪혀 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자문사의 인수자문사는 뚜렷한 이해상충이 생겨 차이니즈 월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감사인의 인수측 자문을 막은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공인회계사법 회계감사기준에 따르면 감사대상 회사의 동의를 받으면 감사인이 인수측 자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감사인의 인수측 자문은 허락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사례도 많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 당시 감사인이 삼정KPMG였고, 인수후보인 GS측 회계실사 담당도 삼정KPMG였다. 같은 해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를 롯데에 매각할 때에도 삼일PwC가 대한화재 감사와 인수측(롯데) 실사자문을 같이 맡았다. 2009년엔 오리온의 온미디어 매각 당시 삼정KPMG가 감사와 인수실사(CJ오쇼핑측)를 중복으로 맡았다. 대한전선의 트라이브랜즈 매각도 딜로이트안진이 감사와 인수 실사를 같이 했다. 2010년 GS리테일이 마트와 백화점 사업부문을 롯데쇼핑에 매각했을 땐, 감사와 인수측 실사가 모두 삼일PwC 차지였다. 이밖에 2010년 유진기업의 로젠택배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펀드에 매각(삼정KPMG), 2011년 두산의 SRS코리아 버거킹 보고펀드에 매각(삼일PwC), 2012년 쌍용건설 매각시 독일계 M+W그룹 실사(삼일PwC), 비스티온 매각(삼일PwC) 등의 사례가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