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억弗 펀드로 해외 건설·플랜트 지원
정부가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를 돕기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특히 고부가가치형 건설·플랜트 수주를 늘리기 위해 최대 86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만들어 수주 지원

정부는 2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신개념 사모펀드(PEF) 조성 계획이다.

이 펀드는 손실 발생시 정책금융기관이 민간 보험사나 은행, 연기금에 앞서 투자 위험을 떠안는 구조로 설계해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책금융기관이 유한책임투자자(LP) 자격으로 20~30%가량 지분 참여를 하되 프로젝트 실패시 받는 우선배분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유형철 기재부 국제경제과장은 “정부가 멍석을 깔아줄 테니 민간에서 해외 프로젝트에 돈을 대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15억달러가량을 신개념 PEF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금융기관 투자액의 3~5배인 50억~75억달러 규모의 PEF가 조성될 수 있다. 통상 총 사업비에서 PEF로 조달하는 자금이 10%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500억~75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지원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정책금융공사 주관으로 6억달러, 산은 주관으로 5억달러의 펀드를 조성해 대형 건설·플랜트 수주를 돕기로 했다. 신개념 PEF까지 포함하면 최대 86억달러의 펀드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비상시 외환보유액도 투입

정부는 또 2017년까지 수은에 1조8000억원, 무역보험공사에 4800억원을 추가 출자해 해외 수주 때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책금융기관이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에 필요한 달러를 시장에서 빌리기 어려울 경우 외환보유액의 일부인 외국환평형기금에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10억달러 이상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범정부 수주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낸 것은 해외 건설·플랜트 산업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액은 2009년 600억달러에서 지난해 900억달러로 외형상 급증했지만 지난해 수주액의 86%가 수익성 낮은 단순 도급이었다. 지난 4월 총 300억달러 규모의 터키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자금 조달 능력 부족 등으로 일본에 밀린 것도 이번 대책이 나온 배경 중 하나다.

정부는 단순 도급에 대해서도 지원책을 마련했다. 수은의 보증 규모를 지난해 7조3000억원에서 2017년 15조원으로, 무보의 보증보험은 4조1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늘리고 수수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