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화가 바디사브 슬레빈스키의 ‘빗질하는 여인’
폴란드 화가 바디사브 슬레빈스키의 ‘빗질하는 여인’
폴란드의 귀족 바디사브 슬레빈스키(1854~1918)는 자신의 영지를 잠시 신하들에게 맡기고 파리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파리 여행은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저 취미로 미술학교에 등록했는데 그곳에서 고갱을 만난 것이다.

그는 즉시 고갱의 충성스러운 제자가 됐다. 그는 고갱의 조언에 따라 대상을 단순화하고 원근법과 명암법이 없는 평면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렇지만 그는 원시문명을 찬미한 고갱과 달리 도시문명에 대한 동경심을 지울 수 없었다. ‘머리 빗는 여인’은 고갱의 회화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타히티 처녀 대신 도회풍의 서구 여인이 우아한 자태로 빗질을 하고 있다. 슬레빈스키는 결국 영지를 버리고 온 생을 파리에서 보냈다. 단 한 번의 여행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셈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