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휴가철 저비용항공사(LCC)를 자회사로 둔 예림당AK홀딩스 등의 주가가 가파르게 비상했다. 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기존 대형항공사(FSC)들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재이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3일까지 최근 두 달간 AK홀딩스는 자회사 제주항공의 깜짝 실적 등에 힘입어 47.47% 급등했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을 자회사로 보유한 예림당 주가는 27.72% 뛰었다. 실적 반등과 함께 티웨이항공 실적 호전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은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두달간 7.66% 밀렸고, 대한항공의 경우 인적분할을 앞두고 거래가 정지된 지난달 29일까지 3.91% 하락했다.

이는 일본인 승객과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관련 수출이 감소하면서 대형항공사들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 탓이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엔화 약세 등에 따른 일본 관광객 감소로 관련 노선 실적이 악화됐고 큰 비중을 차지한 화물 부문 실적이 부진했다"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저비용항공사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에 따른 경쟁 심화가 주가 발목을 잡았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일본 노선으로 빠르게 진출했고, 비정규 항공편인 전세기를 활용해 급성장한 중국 노선 수요도 뺏어갔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9년까지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요 증가율이 한국의 모든 공항을 합친 것보다 높았지만 2010년 2분기부터 수요 증가율이 추세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가 대한항공보다는 항공권이 저렴한 다른 항공사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것.

반면 LCC들은 공격적인 중국노선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대부분 흑자를 내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22억원)의 세 배가 넘는 67억원을 올 상반기에 벌어들였다. 티웨이항공은 2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저비용항공사를 자회사로 둔 회사들의 주가가 최근 두 달간 조정장에서도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강현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월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하는 등 외국인 입국자수 성장세를 이끈 중국 관련 수혜를 대형항공사들이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며 "저비용항공사들은 전세기 등을 통해 가파른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최종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여행 수요와 함께 실속파 여행자들이 증가해 저가 항공사들의 수요가 확대됐다"며 "올해 3분기에는 추석 연휴가 껴 있어 추가 여행 수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저비용항공사들과의 경쟁, 화물 수요 전망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대형항공사들의 주가 전망이 밝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 관련주들의 주가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이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됐고,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과 중국 간 부정기 노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강현수 연구원은 "상반기 저비용항공사들의 실적 개선 모멘텀은 결국 중국 전세기 덕이었다"며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지 못한 저비용항공사들은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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