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

"프리미엄 車업체에 공급 확대…브랜드 인지도 확 올라갈 것"
“프리미엄 자동차업체에 대한 공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갈 것입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65·사진)은 22일 “세계 일류 타이어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품질을 높여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보성고·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서 부회장은 1973년 한국타이어에 입사, 올해로 40년째 ‘타이어 외길’을 걷고 있다.

해외마케팅 담당 이사, 미국법인장(상무), 해외영업본부장·마케팅본부장(부사장), 구주지역본부장(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9년 11월 부회장에 올랐다. 현재 한국타이어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9월 지주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사업자회사(한국타이어)로 분할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7조291억원의 매출에 91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각각 8.4%, 61.2% 늘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7조3686억원, 9315억원이다.

▶경기가 침체했는데도 실적이 좋은 비결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었습니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 직접 참가하거나 후원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덕분이죠. 고급차에 장착되는 신차용 타이어와 고부가가치 상품인 초고성능(UHP) 타이어 판매가 증가한 것이 실적 호전의 밑바탕이 됐습니다.”

▶주요 시장별 하반기 전망은 어떻게 봅니까.

“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천연고무와 합성고무 등 원자재 가격 안정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실적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특히 신차용 타이어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고, 미국시장도 저금리 기조 등으로 구매 여건이 개선돼 판매가 증가하고 있죠. 다만 유럽은 실물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돼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 충칭공장과 인도네시아 베카시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는데.

“두 공장이 최근 타이어 생산을 시작했는데, 2015년까지 증설을 마칠 계획입니다. 증설이 끝나면 연간 생산량이 충칭은 1150만개, 인도네시아 공장은 550만개로 늘어납니다. 충칭공장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거점 역할을 하게 되죠. 인도네시아 공장은 싼 값에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을 적극 살려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 공략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들 공장 외에 신설이나 증설 계획이 있습니까.

“세계 일류 타이어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대상으로 새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공장 부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공장 증설이나 노후 설비 교체 계획은.


“지난 2월까지 대전 공장의 노후설비를 교체하고 자동화 설비를 추가하는 등 리모델링 작업을 했습니다. 수익성이 좋은 초고성능 타이어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였죠. 앞으로 대전과 충남 금산 공장의 설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침입니다.”

▶초고성능 타이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데 성과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초고성능 타이어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습니다. 이 분야의 매출이 2007년 3227억원에서 지난해 1조7790억원으로 6년간 5.5배가량 늘었죠. 작년에는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지역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이 86.5% 급증했습니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공급도 늘었는데.

“지난해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완성차업체에서 올린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이 전년보다 27.6% 늘었습니다. 지난 2분기에도 초고성능 타이어 매출이 전 분기보다 10% 늘어나 실적 호전에 도움을 줬죠. 세계적으로 고성능 및 고배기량 차량 판매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초고성능 타이어 시장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규모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업체와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의 자존심 대결로 유명한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TM)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죠.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레이싱 대회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이 초고성능 타이어 개발 및 성능 개선으로 이어졌어요.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 시리즈는 BMW와 아우디 차량에 장착되고 있죠. 프리미엄 자동차업체에 대한 공급이 늘어날수록 브랜드 인지도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한 복안은.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에 타이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 참가해 앞선 기술력과 품질을 계속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도 독일 뉘르부르크링 24시, 이탈리아 슈퍼스타즈, 일본 슈퍼GT 등 유명 레이싱 대회에 타이어를 제공하고 있죠.”

▶기업 이미지가 보수적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제조업 특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프로액티브 컬처(proactive culture)’로 이름 붙인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도전과 혁신을 거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죠.”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어떤 일을 합니까.

“타이어 사업에서 높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과 추가 도약에 필요한 신사업 진출 등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갖고 있는 역량을 더욱 끌어올리고, 해외 선진 사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미래 신사업 추진 방향을 수립하게 될 것입니다.”

▶타이어 외 다른 신사업에 진출할 계획은.

“사업자회사인 한국타이어는 앞으로도 타이어 사업에 집중할 방침입니다.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하는 일은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몫이죠.”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