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호 한솔홈데코 사장(앞줄 가운데)과 직원들이 서울 신대방동 본사에서 공격경영으로 불황을 헤쳐나가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고명호 한솔홈데코 사장(앞줄 가운데)과 직원들이 서울 신대방동 본사에서 공격경영으로 불황을 헤쳐나가자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건설과 건자재 시장은 어느 업종보다 경기가 침체된 분야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밀도섬유판(MDF)과 마루제품 등을 만드는 한솔홈데코(사장 고명호·사진)는 파고를 슬기롭게 넘고 있다. 고명호 한솔홈데코 사장은 “불황인데도 지난 상반기 한솔홈데코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 1072억원에 달했다”며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20%가량 높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239억원에서 2012년 1892억원으로 4년 새 53%가량 늘었다. 올해 목표를 달성한다면 매출은 5년 새 83%나 증가하는 것이다. 건자재업체들의 매출이 대부분 뒷걸음질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매출을 꾸준히 늘려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불황에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제품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데 이어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 회사는 조림에서 제재목, 보드(가구나 건축용자재에 쓰이는 중밀도 섬유판과 고밀도섬유판), 마루바닥재, 인테리어재 등으로 제품을 수직계열화했다. 한솔홈데코가 현재 생산하거나 취급하는 제품은 마루재에서 인테리어자재 도어 몰딩재 수백종에 이른다. 집이나 벽 천장 등에 쓰이는 목재 관련 자재를 생산한다.

고 사장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절반가량을 중밀도섬유판으로 올렸는데 올해는 마루와 인테리어 자재의 매출을 더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1년에 수십종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 건강을 생각해 철저히 환경친화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 회사는 목질바닥재 전 제품에 대해 최근 ‘KC마크’를 획득했다. KC마크는 산업부, 노동부, 환경부 등 5개 부처에서 각각 부여하던 공산품안정인증, 에너지비효율등급 등 13개 법정인증마크를 합친 것으로 기술표준원 산하 공인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등에서 인증하는 국가통합 인증마크다. 여기에는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들어있다.

한솔홈데코는 이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는 친환경 가구소재 중밀도섬유판(MDF)를 상용화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이는 포르말린이 전혀 포함되어 있는 않은 수지를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물성과 내구성이 우수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 중의 습기에도 치수 변화율이 적은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솔홈데코는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하는 탄소 성적 표지제도에 따라 ‘탄소배출량 인증서’도 획득했다. 탄소 성적 표지제도는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및 수송,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품에 표시하는 제도다.

고 사장은 “한솔홈데코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함으로써 친환경경영을 하고 있다”며 “이번 KC마크와 탄소배출량 인증서 획득으로 친환경 기술은 물론 저탄소 녹색경영에 앞장서고 있음을 인정받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규격만 획득하는 게 아니다. 지난 3월 일본표준규격인 JIS(Japanese Industrial Standards)도 획득했다. JIS는 일본표준화법에 근거해 식품, 농림 분야를 제외한 공업제품의 개발·생산·유통 등을 대상으로 제정된 기준이다.한솔홈데코는 JIS 획득을 계기로 일본 종합상사에 대한 수출을 본격 시작했다.

셋째, 열병합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3월 정부의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Energy Service Company) 자금’으로 102억원을 지원받아 열병합 발전설비에 투자해 작년 10월 1단계로 스팀 생산에 돌입했고 2단계로 스팀터빈 공사까지 완료해 전력생산에 나섰다.

이 회사의 열병합 발전설비는 MDF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폐목재, 톱밥 등 바이오매스 원료를 재활용해 고압의 스팀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스팀 에너지가 터빈을 통과하면서 압력차에 의해 전력을 생산하고 저압으로 떨어진 스팀은 다시 MDF 생산공정에 투입해 활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80%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00% 바이오매스 원료를 이용해 생산되는 전력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에 의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인증서(REC)’를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한 전력 판매와 함께 추가로 발전사업자에게 REC를 판매해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는 전력 발전사업자들이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공급하거나 다른 발전 사업자의 REC를 구매해 의무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제도다. 한솔홈데코는 연간 36.8만t의 스팀과 전력을 생산해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 사장은 “앞으로 발전설비를 꾸준히 증설해 2015년에는 스팀 및 전력 판매로만 총 3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고 사장은 50년의 역사를 지닌 합판보드협회의 회장을 작년 2월부터 맡고 있고 금년 3월에는 목재총연합회 회장에도 취임해 합판 보드 및 목재업계를 이끌고 있으며 환경경영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뉴질랜드에 소나무 250만그루 조림… 2년 뒤엔 좋은 목재 들어옵니다"

인터뷰 고명호 사장

[위기에 강한 기업] 한솔홈데코, 1년에 수십종씩 신제품 개발…환경 친화제품으로 승부
뉴질랜드 동쪽 바닷가에 기스본이 있다. 마오리족이 거주하는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청정지역이다. 이곳에 한솔홈데코의 조림지가 있다.
한솔홈데코는 1995년부터 이곳에 여의도 면적의 약 12배에 해당하는 1만㏊에 소나무 250만그루를 심었다. 라디에이터 파인이라는 수종으로 보통 ‘뉴송’으로 불리는 나무다. 그 당시 일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언제 키워서 들여올 수 있을 것인가.’

고명호 사장은 “라디에이터 소나무를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베어 국내로 도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외조림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 양질의 목재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기반이 되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고 사장은 “한솔홈데코로서는 국제 시세의 변동에 관계없이 자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고 조림지를 통해 탄소배출권 리스로 매년 15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산림청 산하기관인 녹색사업단과 공동으로 뉴질랜드 정부의 협조를 얻어 조림목의 효과적인 벌채와 수송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조림지역 확대도 구상하고 있다. 고 사장은 “해외 조림을 하나의 사업단위로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이 경우 해외 조림이 수익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