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車 내가 탈게…젊은 느낌 아니까~
미국 컬럼비아에 사는 레슬리 올슨(65)은 대학 이사직 은퇴를 앞두고 도요타에서 나온 소형차 사이언xB(사진)를 붉은색으로 샀다. 톡톡 튀는 디자인에 젊어 보이는 색상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이언은 중형 세단을 지루해하는 20~30대 소비자를 위해 도요타가 십여년 전 출시한 소형차 브랜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젊은 층을 겨냥한 소형 자동차가 오히려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소형 자동차를 산 사람 중 50세 이상은 42%로 5년 전 29%보다 크게 늘었다. 반면 18~34세 구매자는 같은 기간 17%에서 12%로 줄었다.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0년간 20~30대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소형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제너럴모터스(GM) 체비소닉, 피아트 친퀘첸토, 포드 피에스타, 기아자동차 쏘울 같은 모델이다. 이 모델들은 소셜미디어, 음악 페스티벌 협찬, 때로는 묘기 이벤트까지 선보이면서 홍보 활동을 펼쳐왔다. GM은 체비소닉을 홍보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차량을 낙하시키는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WSJ는 중장년층이 젊은 감각이 묻어나는 디자인과 마케팅에 매료된 것이라고 전했다. 쏘울은 현재 베이비 부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10대 차종 중 하나로 꼽힌다. 쏘울을 소유한 53세의 브라이언 툴손은 “손주들이 쏘울의 라이팅 스피커를 좋아하고 레저용 차량보다 크기가 작아 타고 내리기도 쉽다”고 말했다.

복고 감성도 중장년층의 소형차 소비를 부추겼다. 과거에 특정 브랜드 차를 몰아봤던 향수를 자극한 것. 2011년 미국에서 출시된 소형 피아트 친퀘첸토는 복고풍 디자인에 이탈리아식 모델명으로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예상치 못한 중장년층 사이에서의 인기로 기아차는 쏘울의 마케팅 전략을 조금 바꾸기도 했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젊은 층을 겨냥해 음악 페스티벌에서 마케팅을 하는 한편 중장년층을 위한 신문 광고도 늘리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