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류가 두 가지 공간에서 생존한다. 지구와 지구 밖의 세상이 공존한다. 하지만 두 가지 공간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는 없다.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의 세상. 무척이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이질감을 준다. 영화 ‘엘리시움’(닐 블롬캠프 감독)은 2154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은 미래의 세계. 하지만 썩 허무하지 만은 않다.







자신의 생존과 모두의 미래를 위해 우주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엘리시움으로 향하는 맥스(맷 데이먼). 지구의 작업장에서 일을 하던 도중 맥스는 방사능에 노출된다. 그리고 5일 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절망한다. 하지만 맥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엘리시움에서 몸의 상태를 완벽하게 복구하는 것. 그러나 지구에서 엘리시움으로 가는 과정이 그렇게 간단할리 없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 어마어마한 상대를 견뎌내야만 한다. 정말 참혹하다.



SF 액션 블록버스터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바라는 미래일 수도, 가지 말아야 할 미래일 수도 있다. 주로 환경 문제, 정치 문제, 인류의 생존 문제 등을 이야기한다. ‘엘리시움’은 극심한 빈곤과 극심한 부, 심화되는 불균형을 중점으로 둔다. 지구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로스앤젤레스는 상처투성이인 반면, 엘리시움은 평화롭고 온화하다. 전작인 ‘디스트릭스9’에서 사회 정의, 계급 분리, 인종 관계에 대한 생각을 나열했던 닐 블롬캠프 감독은 ‘엘리시움’에서도 사회 빈곤층의 이야기를 더욱 빈곤하게 다루고 있다.



맷 데이먼은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극대화 시켜 드러내는 캐릭터다. 5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 무조건 살아야 된다고 울부짖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석연치가 않다. 사실, 맥스는 어릴 적부터 엘리시움으로 가고 싶어 했다. 지구에서 보이는 고리 모양의 엘리시움은 맥스에게 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도 체념을 했을 터. 그러던 맥스는 돌이킬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나서야 다시 엘리시움으로 올라가겠다는 꿈을 키운다. 아니, 이건 꿈이 아니라 정복이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사람은 로봇에게 정복을 당한다. 사람의 머릿속에 데이터를 주입하고 기계에 한 번만 들어갔다 나오면 모든 병이 싹 씻긴다. 천년만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럽기보다 불쌍하다. 지구가 아닌 엘리시움에도 정치는 존재하고 그 속에서도 정복을 위해 일을 저지른다. 싸워서 일으키는 혁명은 없고 정보를 가지고 머리싸움을 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단순 조작만으로 데이터가 왔다갔다. 있었던 걸 없었던 걸로 만드는 것은 기본, 아예 모든 상황을 재정비할 수 있다. 이토록 무서운 정보만능주의라니.



★재미로 보는 기자 생각



러닝타임 109분. 이걸 읽는 순간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고작 2시간도 채 안됐다니. 그런데 왜? 설명에 바빠 시간은 더욱 길고 길게 지나간다. 결국 맥스의 사랑은 이루어진 것인가. 꼬마 때 한 약속을 지켰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다 해결됐나? 그렇게 맥스는 지구인의 영웅으로 남게 되는 것인가? 이토록 간단하게 해결되다니... 언뜻 영화 ‘업 사이드 다운’이 스친다. 1970년생 맷 데이먼, 40대 배우의 액션 투혼이 참 대단하다.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싸워도, 피를 흘려도 맷 데이먼.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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