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재검토 파장] 세수 특효약은 성장…GDP 1%P만 높여도 증세 필요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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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07년 5%대 성장 후 잉여금 15조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 세입 기반 키워야
내수 주도형 성장으로 세입 기반 키워야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워싱턴 정가에서 ‘시골뜨기’ 취급을 받던 빌 클린턴 아칸소주지사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로 이끈 슬로건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국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도 새삼스럽긴 하지만 성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고민하기보단 투자와 성장 촉진으로 세수를 증대시키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장률을 1%포인트만 끌어올리면 정부 세법 개정안으로 인해 불거진 중산층 증세(연간 1조3000억원)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2007년 세계 잉여금 최대
올 상반기 국세 수입(관세 수입 제외)이 전년 동기보다 9조4061억원이나 줄어든 건 경기 침체 탓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와 부가세 세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세무조사를 해서 메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성장률과 국세 수입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의 과실로 기업 이익과 가계 소득이 늘면 세금이 더 걷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국세 수입을 보면 이런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0.3% 성장에 그친 2008년 국세 수입은 15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2000억원(-2.0%) 감소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도 오르는 걸 감안하면 통상 세수는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0년은 GDP가 6.3%, 2011년은 3.7% 증가한 덕분에 세수는 166조원, 18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세계잉여금을 보면 성장과 세수 간 관계가 더 뚜렷이 드러난다. 1990년 이후 세계잉여금은 2007년이 15조342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등 신흥국의 고속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가 2006~2007년 2년 연속 5%대의 견실한 성장을 한 시기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세금이 연초 목표보다 더 들어온 건 대부분 높은 성장률 덕분”이라고 말했다.
◆수출 위주 성장 문제
하지만 세수 증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1990년 이후 세수 증가율과 GDP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990년 이후 10년간 평균 국세 증가율은 12.2%에 달했지만 2000년 이후 10년은 절반인 6.6%로 떨어졌다. 성장률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우리 경제 구조가 수출 위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2%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가 1%포인트, 순수출이 1%포인트 기여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순수출 성장기여율이 50%에 이르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내수가 안 좋으면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든다”고 말했다. 가계나 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나고 부가세도 더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관세 제외) 192조원 중 부가가치세는 55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29.0%를 차지했다. 이어 법인세 45조9000억원(23.9%), 소득세 45조8000억원(23.9%) 등의 순이었다.
◆증세로 인한 저성장 우려
전문가들은 성장률 둔화와 경제 구조 변화로 세입 기반은 점점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내수가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뀌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세입 기반이 약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135조원 복지 재원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경기 침체를 악화시켜 세수를 더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복지 확대로 인한 저성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 재원 논란을 일축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역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장이 잠식당하지 않는 수준에서 복지를 해야 한다”며 “당장 대규모 복지 확대가 힘들면 성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 없이는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열 실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국내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내수 경제 전반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고은이 기자 ceoseo@hankyung.com
◆2007년 세계 잉여금 최대
올 상반기 국세 수입(관세 수입 제외)이 전년 동기보다 9조4061억원이나 줄어든 건 경기 침체 탓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와 부가세 세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세무조사를 해서 메울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성장률과 국세 수입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장의 과실로 기업 이익과 가계 소득이 늘면 세금이 더 걷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국세 수입을 보면 이런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0.3% 성장에 그친 2008년 국세 수입은 15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2000억원(-2.0%) 감소했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도 오르는 걸 감안하면 통상 세수는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0년은 GDP가 6.3%, 2011년은 3.7% 증가한 덕분에 세수는 166조원, 18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세입에서 세출을 뺀 세계잉여금을 보면 성장과 세수 간 관계가 더 뚜렷이 드러난다. 1990년 이후 세계잉여금은 2007년이 15조342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 등 신흥국의 고속 성장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가 2006~2007년 2년 연속 5%대의 견실한 성장을 한 시기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세금이 연초 목표보다 더 들어온 건 대부분 높은 성장률 덕분”이라고 말했다.
◆수출 위주 성장 문제
하지만 세수 증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1990년 이후 세수 증가율과 GDP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990년 이후 10년간 평균 국세 증가율은 12.2%에 달했지만 2000년 이후 10년은 절반인 6.6%로 떨어졌다. 성장률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우리 경제 구조가 수출 위주로 바뀐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2%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내수가 1%포인트, 순수출이 1%포인트 기여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순수출 성장기여율이 50%에 이르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내수가 안 좋으면 부가가치세가 덜 걷히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든다”고 말했다. 가계나 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써야 내수가 살아나고 부가세도 더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국세 수입(관세 제외) 192조원 중 부가가치세는 55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29.0%를 차지했다. 이어 법인세 45조9000억원(23.9%), 소득세 45조8000억원(23.9%) 등의 순이었다.
◆증세로 인한 저성장 우려
전문가들은 성장률 둔화와 경제 구조 변화로 세입 기반은 점점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태 연구위원은 “내수가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뀌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세입 기반이 약한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135조원 복지 재원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경기 침체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경기 침체를 악화시켜 세수를 더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복지 확대로 인한 저성장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 재원 논란을 일축하기 위해서는 성장에 역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장이 잠식당하지 않는 수준에서 복지를 해야 한다”며 “당장 대규모 복지 확대가 힘들면 성장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 없이는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동열 실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국내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등을 통해 내수 경제 전반이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고은이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