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가짜 새벽' 그리고 신자유주의
요즈음의 글로벌 경제를 이해할 때 ‘가짜 새벽(false dawn)’이란 키워드를 알아야 합니다. 가짜 새벽은 깜깜한 밤하늘에 동틀 때처럼 빛이 드는 천문 현상을 일컫습니다. 태양 빛의 산란으로 나타나는데 ‘거짓 여명’으로 번역되곤 합니다. 여명 같지만 새벽의 징표는 아니기 때문에 ‘헛된 기대’라는 의미로도 자주 쓰입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경제권에선 지금 가짜 새벽 논쟁이 한창입니다. 목격되는 지표의 개선이 경기회복을 뜻하는 건지, 단순 기저효과에 불과한지에 대한 논란이지요. 논쟁의 결과는 양적완화나 경기부양책 같은 핵심적인 경제정책으로 이어집니다.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진짜 새벽이 오고 있다고 봅니다. 현오석 부총리도 최근 김 총재 쪽으로 여러 걸음 옮긴 눈치입니다. 하반기에는 3%대의 탄탄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입장이지요. 하지만 다수의 학자와 민간연구소들은 본질적인 개선이 아니라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가짜 새벽이란 말의 처음 등장은 낭만적인 시어를 통해서였습니다. 11세기 페르시아의 지성 오마르 하이얌은 ‘동쪽에서 가짜 새벽이 차오르면 포도의 순결한 피를 술잔에 따르자’고 노래했죠. 그러다 20세기 말 존 그레이라는 영국 학자가 책 제목으로 쓰면서 경제분야에서 본격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미국식 시장경제가 거둔 성과는 가짜 새벽처럼 헛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세계경제는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에 있다고도 했죠.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충만한 용어인 셈이죠.

미국은 물론 몇 년째 나락을 헤맨 유럽에서도 경기지표들이 반등 중입니다.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일지, 가짜 새벽으로 볼지에 따라 투자전략은 달라져야 할 겁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