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회적 기업
얼마 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국내의 허브아일랜드라는 작은 관광지였는데 작년에 큰돈을 들여 해외로 여행을 다녀왔을 때보다 훨씬 행복한 여행이었다. 돈도 별로 들지 않았고 특별한 행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번 여행에서는 서로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전의 해외나들이는 뭔가 불편한 패키지여행 같았다는 것. 빨리 돈을 벌어서 내 가족에게 베풀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여행이 알고 보니 나 스스로 만족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가족여행 경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까지도 바꿔놓았다. 기업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사람들도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 지금까지 나는 우리 회사도 빨리 수익을 더 많이 내서 대기업처럼 큰 규모의 사회적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에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의 말을 들어보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생각을 나의 두 번째 도전인 신생서비스에 적용해보고 있다. 아직 자생할 수 있는 수익이 충분치 않은 회사도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굿바이셀리라는 인터넷 마켓은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기반으로 쇼핑이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에 광고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대신 소비자들에게 판매의 대가를 일부 적립금 형태로 돌려주고, 이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그 금액만큼 기부를 하고 있다. 애초에 판매자와 소비자가 기부를 하는 메커니즘이므로 원래 우리 회사의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아주 단순하고 자연스럽다.

나는 앞으로 다음 두 가지 마음가짐을 갖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첫째 “내가 이만큼 번 돈 중에서 이만큼이나 환원했수다”라는 마음, 둘째 “우리는 착한 일을 하는 기업이니 잘 좀 봐주십시오”라는 마음이다. 첫 번째는 원래 우리의 돈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면 생색낼 일도 없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두 번째는 내가 회사를 운영하는 주목적이 기부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내가 착한 일을 하려고 한 게 아닌데 착한 일처럼 보였다면 좀 겸연쩍은 일 아니겠는가.

김태욱 <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