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년 이상 1760~2040에서 노는 ‘박스권’ 장세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다.

‘갑갑한 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설적인 투자 거물들의 행보에서 ‘탈출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1970년대 이후 13년간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서 마젤란펀드를 운영하며 연평균 29.2%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거둔 피터 린치의 ‘투자 황금률(golden rules of investing)’을 통한 ‘우울한 장’ 탈출 ‘팁’을 살펴본다.


○“로또 꿈꾸지 말고 기업 분석을”

린치는 “모든 주식 뒤에는 기업이 있는 만큼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라”는 격언을 남겼다.

피터 린치식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갑갑한 장세가 지속되다 보니 조바심이 난 투자자들이 무턱대고 장밋빛 성장성을 내건 종목이나 테마주로 눈길을 돌리곤 한다”며 “지금까지 번 것은 없는데 갑자기 미래에 큰돈을 거둘 것이란 종목을 찾기보다는 과거에도 잘해왔고, 현재 벌어놓은 돈이 쌓여 있는 삼성전자 같은 종목에 집중하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실적과 주가 간 괴리 주목하라”

린치는 몇 달 혹은 몇 년간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론 기업의 실적과 주가는 100% 같이 간다고 믿는다. 그에겐 기업의 성과와 주가 사이의 괴리가 돈을 벌게 하는 핵심 요소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민감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역사적인 바닥 수준”이라며 “빠른 속도로 경기가 회복되진 않더라도 낙폭이 과대했던 경기민감주들이 정상화할 가능성마저 간과해선 안된다”고 했다. 유 팀장은 ‘절대저평가’ 국면에 들어간 종목으로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정보기술(IT)주와 이마트 롯데쇼핑 등 내수주, 대림산업 현대건설의 건설주, SK이노베이션 등 일부 화학주, 자화전자와 일진디스플레이 실리콘웍스 등 일부 중소형주를 꼽았다.

○“남 따라 하다간 피만 본다”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성장산업의 최고 인기 주식은 피하라’는 게 린치의 조언이다. 실제 올 장세에선 2개월 이상 지속된 시장 주도주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당연히 ‘유망하다’고 불린 종목의 추격매수에 나섰던 투자자 중엔 쓴맛을 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올 1~6월 월별로 유가증권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종목은 정치테마주→CJ그룹주→제약주→음식료주→중소 건설주→싸이 테마주와 고배당주 등으로 자리바꿈이 심했다.

○“진흙밭에 피는 연꽃을 봐라”


사양산업에서 발을 빼는 것은 투자의 기본이다. 그러나 침체된 산업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라”는 게 린치의 조언이다.

국내 증시에선 출판주에서 비슷한 시각이 감지된다. 증시에 상장된 9개 출판관련주 대부분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런데 삼성출판사 주가는 올 들어 58.22%, 이달 21.20% 상승했다. 서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출판사는 2010년 하반기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동영상과 음악 등의 콘텐츠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북 사업을 시작했다”며 “스마트북 사업에서 본격 이익이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성장 모멘텀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