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근로자 1025명
회사상대 소송서 승소
2009년 지법판결 뒤집어
◆“업무 성과 연동돼도 통상임금”
서울고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김용빈)는 강모씨 등 GM대우(현 한국GM) 사무직 근로자 102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시간외근로수당 및 연월차수당 청구 소송에서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GM대우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업적 연봉도 다른 임금 항목과 마찬가지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모두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낸 근로자들은 근무기간에 전년도 인사평가 등급(A~E)에 따라 다른 비율로 인상된 업적 연봉을 받았다. 인상률은 A 100%, B 75%, C 50%, D 25%, E 0%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업무 성과에 따라 다르게 지급한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2009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은 1심 선고에서 “업적 연봉은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피고 회사 근로자들의 근무 성적에 좌우돼 고정적 임금이라 할 수 없어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며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업적 연봉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전년도 근무 성적이 반영될 뿐 당해 연도의 근무 성적에는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액수가 고정된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실제 근무 성적에 따라 달라져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사전(근로 시작 전)에 그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결정돼 있지 않고, 근무 성적이나 업무 달성률 등에 따라 사후에서야 지급 여부와 액수가 결정된다는 의미”라고 판결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기본급도 능력이나 학력, 경력, 직책, 근무 성적 등을 고려해 차등 결정되므로 회사의 주장대로라면 기본급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을 낸 근로자들이 받는 미지급 수당은 약 82억300만원이다. 1심 판결보다 약 57억7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법원도 통상임금 개념 혼란
해당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산업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변동성 상여금을 주고 있는 기업도 GM대우처럼 대부분 전년도 업무 평가에 따라 금액을 확정한 뒤 다음해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법원은 고정된 임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업무 성과에 연동되는 부분은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해 왔다”며 “법원의 기존 입장과 다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사무직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파급 효과가 그렇게 크진 않을 것 같다”며 “연봉제 임금 체계 아래에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므로 현재 근무 중인 사람들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원의 판결이 일관되지 못해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월 인천지방법원은 삼화고속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선 출근일수에 따라 달라지는 상여금을 변동성 상여금이라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 개념을 좁게 정의한 것이다. 2011년에도 서울고법은 GM대우 퇴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유사 소송에서 업적 연봉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원이 고정성 개념을 매우 넓게 잡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아직도 법원이 통상임금의 개념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하루빨리 전원합의체 판결을 해서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일/양병훈/전예진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