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년간 뛰고 보니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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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000돌파 그후
장밋빛 전망 어디로?
가계금융투자상품 비중 줄고 펀드설정액은 35% 증가 354조
글로벌 시장서 소외
美 13%·인도네시아 95% 상승…中 경기 부진·엔화 약세 복병에 코스피 6년간 되레 4% 하락
장밋빛 전망 어디로?
가계금융투자상품 비중 줄고 펀드설정액은 35% 증가 354조
글로벌 시장서 소외
美 13%·인도네시아 95% 상승…中 경기 부진·엔화 약세 복병에 코스피 6년간 되레 4% 하락
“어! 그러네요. 그날이네요.”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2000을 돌파한 지 만 6년째 되는 날인 25일. 그동안의 증시를 평가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2년간 코스피지수가 1800~2000 사이를 오가는 동안 대세 상승의 기억은 흐릿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사태 등 예기치 않은 격변 때문이긴 하다. 돌아보면 선진 증시로 양과 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던 당시 ‘장밋빛 전망’은 온데간데없다. 무엇이 바뀌었고, 왜 돌아가기 힘든 ‘기억’이 됐을까.
○세계 증시 복원력 못 따라가
지난 6년간 증시 주변 지표들은 큰 변화가 없었다. 증시를 떠받치는 저변이 그리 확충되진 않았다는 얘기다.
주식투자인구는 2007년 말 444만명에서 작년 말 502만명으로 늘었으나 2011년 528만명에 비해선 줄어든 수치다. 가계보유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7년 말 34.1%에서 작년 말 26.5%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펀드 설정액은 261조원에서 354조원으로 35.6%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성적표는 별로다. 코스피지수 2000 돌파 이후 6년간 일본 중국 프랑스 정도를 뺀 나머지 선진 증시와 신흥시장 증시는 모두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증시가 95.2%로 가장 많이 뛰었으며 멕시코(29.8%)와 미국(다우지수 13.3%), 독일(DAX 7.3%)도 상승했다. 올 들어 일본 주가가 크게 회복했다. 중국은 경제 전반의 거품이 빠진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7월 25일 2004.22에서 25일엔 1909.61로 마감, 4.7%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996조원에서 1109조원으로 11.3% 늘었다.
○기업 성장동력 상실이 문제
다른 나라 증시와 비교해 한국 증시가 ‘별 볼 일’ 없었던 것은 2007년 당시 미국과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견인하던 호시절이 금세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7년에는 ‘차이나 프리미엄’으로 철강 화학 조선 등 기업 실적이 크게 향상됐으나 지금은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현실화해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형국”이라고 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낙폭을 엔화 강세 호재로 2009~2010년 다 회복했다”며 “이때 자동차 정보기술(IT) 기업 경쟁력이 강화됐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로 프리미엄을 반납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성장동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널뛰기 장세가 많았던 한국 증시가 작년부터는 지수 변동폭이 상하 15% 안팎으로 줄었다”며 “유럽시장이 지난해 20% 상승하고 일본 증시가 올해 놀랍게 복원되는 사이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코스피 2000 돌파 이후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화 기대도 많이 꺾였다. 이 센터장은 “시장이 질적으로 개선됐느냐고 물어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시 투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도 겪으며 금융투자 쪽으로 물꼬가 트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당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 수준에서 지금은 8~9배로 줄었다”며 “성장 기대에 대한 거품이 걷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장규호/이고운 기자 danielc@hankyung.com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2000을 돌파한 지 만 6년째 되는 날인 25일. 그동안의 증시를 평가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2년간 코스피지수가 1800~2000 사이를 오가는 동안 대세 상승의 기억은 흐릿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사태 등 예기치 않은 격변 때문이긴 하다. 돌아보면 선진 증시로 양과 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던 당시 ‘장밋빛 전망’은 온데간데없다. 무엇이 바뀌었고, 왜 돌아가기 힘든 ‘기억’이 됐을까.
○세계 증시 복원력 못 따라가
지난 6년간 증시 주변 지표들은 큰 변화가 없었다. 증시를 떠받치는 저변이 그리 확충되진 않았다는 얘기다.
주식투자인구는 2007년 말 444만명에서 작년 말 502만명으로 늘었으나 2011년 528만명에 비해선 줄어든 수치다. 가계보유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7년 말 34.1%에서 작년 말 26.5%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펀드 설정액은 261조원에서 354조원으로 35.6%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성적표는 별로다. 코스피지수 2000 돌파 이후 6년간 일본 중국 프랑스 정도를 뺀 나머지 선진 증시와 신흥시장 증시는 모두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증시가 95.2%로 가장 많이 뛰었으며 멕시코(29.8%)와 미국(다우지수 13.3%), 독일(DAX 7.3%)도 상승했다. 올 들어 일본 주가가 크게 회복했다. 중국은 경제 전반의 거품이 빠진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가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7월 25일 2004.22에서 25일엔 1909.61로 마감, 4.7% 하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996조원에서 1109조원으로 11.3% 늘었다.
○기업 성장동력 상실이 문제
다른 나라 증시와 비교해 한국 증시가 ‘별 볼 일’ 없었던 것은 2007년 당시 미국과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견인하던 호시절이 금세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7년에는 ‘차이나 프리미엄’으로 철강 화학 조선 등 기업 실적이 크게 향상됐으나 지금은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현실화해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형국”이라고 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증시 낙폭을 엔화 강세 호재로 2009~2010년 다 회복했다”며 “이때 자동차 정보기술(IT) 기업 경쟁력이 강화됐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화 약세로 프리미엄을 반납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성장동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널뛰기 장세가 많았던 한국 증시가 작년부터는 지수 변동폭이 상하 15% 안팎으로 줄었다”며 “유럽시장이 지난해 20% 상승하고 일본 증시가 올해 놀랍게 복원되는 사이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코스피 2000 돌파 이후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화 기대도 많이 꺾였다. 이 센터장은 “시장이 질적으로 개선됐느냐고 물어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시 투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금융위기 여파도 겪으며 금융투자 쪽으로 물꼬가 트이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당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 수준에서 지금은 8~9배로 줄었다”며 “성장 기대에 대한 거품이 걷힌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장규호/이고운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