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포드 등 미국의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미국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전 수익 비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럼에도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벌 뿐 아니라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자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는데도 좀처럼 투자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도한 규제와 세금이 주요 원인”이라고 25일 분석했다.

몸사리는 美 기업들…규제·세금 '공포증'

○기업들은 ‘깜짝 수익’

자동차 업체 포드가 지난 24일 내놓은 2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순이익은 12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8.5% 늘었다. 매출도 381억달러로 같은 기간에 비해 12.5% 증가했다. 밥 생크스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에서 차 판매가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행기를 만드는 보잉 역시 최근 잇단 여객기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난 10억9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했다. 짐 매너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시퀘스터(미국 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조치)의 영향을 거의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2분기 S&P500에 상장된 기업 중 66%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포드, 보잉과 군수업체 노스럽그루먼은 모두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경기 전망도 좋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GMO는 올해 미국 기업의 세전 수익이 GDP 대비 13%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심리는 위축

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GMO는 올해 미국 기업의 GDP 대비 투자금액 비율이 약 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GDP 대비 수익과 투자금액 차이가 9%로 역사상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거나 자금조달 비용이 싸면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두 조건 모두 충족한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 규제와 높은 세금이 주된 이유라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법인세율 상한선은 35%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다. 각종 세제혜택이 있지만 그래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조세 부담이 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의료보험제도 시행을 위해 세금을 통한 재원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도드-프랭크법(금융회사 규제 법안)과 같은 각종 규제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기업들이 제조업보다는 정보기술(IT)과 같은 무형자산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투자가 줄어드는 이유다. 공장을 짓고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는 게 돈도 적게 들고 위험도 낮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주주들에게 높은 배당수익을 챙겨주려다 보니 돈이 있어도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FT는 한 기업가의 말을 인용, “모두가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향상만 말하지 위험을 감수하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