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조류독감(AI) '테마'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테마에 묶여 주가가 급등한 회사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2일 중국에서 두 달만에 신종조류인플루엔자(AI) 환자가 발생하면서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오후 2시50분 현재 제일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14.48%)까지 치솟아 2535원을 기록했다. VGX인터(6.09%), 이-글벳(9.91%), 파루(12.32%) 등도 뛰고 있다.

이들은 사료, 동물용 의약품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올 4월 AI 이슈가 확산되고 이후 살인진드기(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증후군) 환자 발생이 잇따를 때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제일바이오의 경우 현 주가가 4월30일 형성한 연중최고가(432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테마주'로 묶인 회사들은 사회적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만큼 고민도 크다. 실적이나 연구 내용과 관련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묻지마성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나 세력에 의해 휘둘릴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글벳의 경우 동물용 항생제, 구충제, 동물용 소독제 등을 제조한다. AI나 살인진드기를 퇴치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연구하지 않는다. AI나 살인진드기 발생했다고 수혜를 입는 부분은 없다.

제일바이오도 마찬가지다. 주력제품은 사료첨가제에 들어가는 2차 부산물이다. 소독제를 생산하긴 하지만 일반 진드기를 퇴지하는 효과만 지니며 관련 매출 비중도 크지 않다.

이들 회사들은 최근 주가 급변이 부담스럽다는 입장. 실적이나 사업의 가치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아야 장기 성장에 유리하기 때문. 회사 업무에 심각한 방해를 받는다는 점도 현실적인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주가가 빠져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회사에 거칠게 항의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며 "정확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해도 반복되는 휩쓸림에 지친다"고 토로했다.

'근거 있는' 테마주들도 마찬가지다. VGX인터는 최근 AI 치료제의 발견 가능성을 발표하면서 주목받았지만 달갑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 9일 비임상연구에서 AI 예방 DNA 백신이 감염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T세포 면역반응을 유도했다고 발표했다.

VGX인터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위기 상황이 되면 국가가 나서서 응급임상을 나설 것을 기대하고 투자자들이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며 "이런 선례가 있지만 VGX인터는 기존 연구계획을 따를 예정이므로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성과를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