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수술 7000번…8월 퇴임하는 '금연 전도사' 박재갑 서울대 교수
40년 동안 암과 싸웠다. 대장암 환자 수술만 7000여건에 이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장암 명의(名醫)’ ‘국내 최고의 암 권위자’라고 부른다. 국내 암 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박재갑 서울대의대 외과 교수(65·사진)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06년 국립암센터 원장에서 서울대 암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암 연구에 몰두해온 박 교수가 다음달 정년퇴직한다. 박 교수는 대장암, 종양 등과 관련해 국내외에서 38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25권의 책을 썼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연구실에서 최근 박 교수를 만났다. 그는 “1967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 의사 길로 들어선 지 46년이 지났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암이 제일 큰 문제이며 그 원인을 제공하는 담배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담배제조 및 매매금지 추진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금연 전도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흡연의 폐해를 줄줄이 풀어냈다. “사람은 한 명을 죽이면 구속되지만, 담배는 1년에 한국인 5만명을 죽인다”며 “담배를 없애지 않는 한 이 나라에서 보건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00년 국립암센터 원장이 돼 암 유발 요인을 연구해보니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35%가 흡연 때문이었다”며 “담배는 마약이고 독극물”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교수는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퇴출시킨 것을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꼽았다. 그는 “폐암으로 사망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배우가 장례식 직후 방송드라마에 출연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봤다”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방송사 사장들과 면담한 끝에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국립암센터를 설립한 것과 5대 암 검진비용을 크게 내리도록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퇴직 이후 활동계획에 대해 물었다. “대학 총장으로 오라는 곳도 있고 대형병원장으로 오라는 곳도 있었어요. 모두 고사했습니다. 내가 설립한 국립암센터로 복귀할 생각입니다. 그곳 후배 의사들 밑에서 스태프로 암 연구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어떤 직책을 맡게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보직이나 타이틀은 얘기하지 말아 달라”며 “국립암센터로 7년 만에 다시 돌아가 대장암센터 스태프가 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화·수·목요일에는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도 하고 월·금요일에는 전국을 돌며 암과 흡연의 피해에 대해 강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자들에게는 퇴임과 관련한 이벤트를 일절 하지 말라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교육공무원 신분에 묶여 출근도 매일 꼬박꼬박 해야 했다”며 “앞으로는 계약직이니까 본격적으로 ‘운출생운(운동화 출근, 생활 속 운동)’, 금연 캠페인을 펼쳐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임은 절대 끝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금연운동과 함께 5년째 운동화로 출근하면서 ‘운출생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건강해지려면 생활을 바꿔야 한다”며 “건강검진, 금연, 운동화로 생활하는 것 등 기본만 잘 지켜도 암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