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에서 한우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남경희(54)입니다. 성남시청이 수정구에 있던 시절엔 호황을 누리며 장사가 잘 됐습니다. 하지만 몸이 아파 약 1년 반을 쉬고 다시 오픈한 지 9개월째가 됐습니다. 쉬는 사이에 외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고, 수정구에 있던 성남시청이 다른 곳으로 이전한 후에는 매출이 부진합니다. 임대료는 없지만 홀 1명, 주방 1명의 직원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위에 고기전문점이 많은데 다른 음식점들과 메뉴를 차별화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없을지 궁금합니다. 음식 맛을 내는 것은 자신이 있지만, 고기와 어울리는 반찬 구성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습니다. 매장 규모는 198㎡(약 60평)로 테이블이 15개이며, 4인석 방이 3개 있습니다. 점심 메뉴는 우거지탕(7000원), 갈비탕(8000원), 꼬리곰탕(1만원), 불고기덮밥(7000원), 돌솥비빔밥(7000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녁 메뉴는 한우생고기와 갈비찜(호주산, 1인분 1만2000원)이 마련돼 있습니다.

A. 성남시 수정구 상권은 예전보다 침체돼 외식업소 대부분이 힘든 상태입니다. 상권이 활성화돼 있을 때는 메뉴의 맛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런대로 굴러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침체기에는 메뉴의 맛이 아무리 자신있다고 해도 다시 음식의 맛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식업소에서 음식은 주력 상품입니다. 따라서 상품의 가격과 맛, 서비스, 위생이 늘 한결같아야 고객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겠지요. 메뉴의 차별화 전략 수립과 고기와 어울리는 반찬 구성에 들어가기 앞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점심 메뉴를 축소할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주방 직원 한 명과 주인이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서 점심 메뉴를 2~3가지로 축소하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재료 손실도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맛에 더 충실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 팔리지 않는 것, 약간 팔리는 데 원가가 높은 것, 잘 팔리지만 원가가 높은 것을 선정하고 이 순서대로 없애면 됩니다. 거의 모든 대박집이 단일품목으로 승부하는 것을 감안하면 메뉴 축소 전략은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점주가 항상 주방에서 일하지 않고 간혹 볼 일을 보기 위해 주방을 비우는 경우도 있는 만큼 대충 한 국자, 두 숟가락 같은 방식으로 재료의 양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계량을 표준조리법으로 체계화해 365일 한결같은 맛이 나오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차츰 식재료의 유통단계를 직거래 방식으로 변경해 재료의 원가를 낮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우 생고기는 간혹 등급이 좋아도 맛이 덜 할 때가 있습니다. 반면 등급이 낮은 부위나 비선호 부위라도 맛있게 양념해 구리 석쇠에 올려 참숯불에 구우면 고기의 육즙이 살아 맛이 월등히 좋아지기도 합니다.

또한 참숯의 양, 불과 석쇠의 간격, 고기의 두께 등을 조정하면 한우의 맛이 달라집니다. 만약 참숯의 시설 투자부분이 힘들다면 당분간 매출은 떨어지더라도 메뉴를 일품요리 전문점으로 바꾸든가, 아니면 갈비찜 같은 일품요리를 간판 메뉴로 특화시키는 전략도 좋겠습니다. 갈비찜으로 유명한 식당은 그리 많지 않으므로 메뉴의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우 비선호부위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우 비선호부위를 광양불고기 조리법, 지방의 특산물을 가미한 원주복숭아불고기 조리법 등으로 요리해 간판 메뉴를 만드는 것도 차별화 전략으로 바람직합니다. 물론 고객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비선호부위와 선호부위로 가격의 차이를 두는 게 좋습니다.

고깃집의 반찬은 뭐니뭐니해도 고기의 감칠 맛이 질리지 않게 하는 구성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상큼한 샐러드와 겉절이가 으뜸이지요. 겨자 드레싱과 양파 샐러드도 추천합니다. 겉절이는 무생채, 상추, 부추, 미나리 등의 야채를 사용하되 새콤한 맛과 약간의 매콤함이 어우러져야 고기를 먹을 때 입안이 상큼해집니다.

한식의 고명 처리는 한식의 푸드스타일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명을 결정할 때는 일의 효율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빨리 예쁘게 할 수 있는 것만을 선택하면 고명도 중복되고 지루할 수 있으므로 썰기를 달리해 얹는 게 좋습니다.

무조건 고명을 다양하게 해도 산만해 보입니다. 만약 반찬이 8개 이상 나가면 양념의 파나 홍고추가 고명 역할을 하므로 생략하는 게 더 정갈합니다. 그릇은 자기류를 사용해야 격이 있고 깔끔합니다. 많은 가지 수의 반찬을 내놓으면 그릇도 함께 많아져 산만합니다. 반찬을 줄이되 일품요리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격을 높일 것을 권합니다.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도움말=음연주 한국외식메뉴개발 연구소장 yousuneum@naver.com
한경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