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병원 수술실 앞에 초조하게 앉아 있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료진이 걸어 나온다.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버지는요?” 의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비장함이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곧이어 의사는 “…길어야 40년?”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한 보험사의 TV 광고 내용이다. 이 장면은 오래 살지만 동시에 병을 갖고 생활해야 하는 이른바 ‘유병장수(有病長壽)’ 시대가 도래했음을 유머코드로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광고에서처럼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고 나서도 평생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과거 불치병이 난치병, 만성질환으로 수위는 낮아진 게 주요 배경이다. 이는 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질병장애의 절반 이상(53.1%)은 지체장애다. 이 밖에 뇌병변, 청각장애, 시각장애가 각각 10% 안팎, 지적장애, 언어장애, 신장장애, 심장장애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간장애, 안면장애, 호흡기장애, 장루·요루장애도 최근 들어 증가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장애인 수는 252만명으로 인구의 5.3%에 달한다. 2000년 96만명(2%), 2005년 178만명(3.7%)에 이어 최근 10년 새 2.6배가 늘었다. 이 중 후천적 사고와 질환으로 인한 경우가 각각 34%, 56%에 달한다. 장애의 90%가 후천적으로 생기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로 인한 장기 간병 비용을 약 7조원으로 추산한다. 또 31.4%에 이르는 2조2000억원을 개인 부담으로 추정했다.

질병장애는 6등급으로 나뉜다. 1급은 생명이 위태롭거나 전적으로 타인에 의존해야 하며 2급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활동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외부 활동이 어려운 3급까지 합쳐 1~3급이 질병장애의 43.6%를 차지한다.

보험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질병 후유 장애를 보장하는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도 질병 후유 장애를 보장했지만 대부분 장애등급 1, 2급에 한정했다. 최근에는 장애등급을 확대하고 생활비까지 담보하는 보험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예컨대 삼성화재가 판매 중인 ‘통합보험 수퍼플러스’는 위험보장과 재무보장, 서비스보장을 합친 통합보험이다. 질병·상해뿐만 아니라 장기 간병과 주택 화재, 도난 사고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보장한다. 간, 안면, 호흡기 장애를 포함해 질병장애의 보장범위를 전체 장애의 95%인 12대 장애로 확대했다. 질병장애 등급 범위도 3급까지로 넓혔다. 이렇게 되면 전체 질병장애 등록자 중 43.6%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간병 위험은 개인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을 통해 준비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