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유통·화학·음식료株…외국인 비중 크게 준 업종 관심"
‘미국 악재(출구전략 조기 종료)는 일단 진정됐지만 중국이 기다린다.’

그동안 증시는 G2(미국과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다. 이 중 미국 악재는 지난 10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출구전략 종료가 임박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하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히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경기 둔화는 이미 발표된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 주가에 반영됐다는 견해가 많지만 앞으로 나올 지표가 ‘쇼크’ 수준이라면 추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지수가 1800대 초반에서 1900대 후반 사이를 오가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스권 장세… “방망이 짧게 잡아라”

시장에선 버냉키 발언 영향으로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원 이상을 팔아치운 외국인의 매도세가 완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간 차익실현을 한 외국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정보기술(IT)주, 자동차주 등을 매수할 여력이 생겼다”며 “큰 폭으로 좋아진다고 기대하긴 어렵지만 외국인 자금 수급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15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발표하는 중국도 변수다. 시장에서는 중국 2분기 GDP 증가율이 7.5%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 센터장은 “중국 경기는 한국 증시에 불안 요인이긴 하지만, 중국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재 등의 시가총액 비중이 20%에 미치지 못해 발표수치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충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가 적정 수준을 찾아간다는 가정 아래 코스피지수는 1900 후반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며 “당분간 한국 증시는 악재가 터지면 1800대로 주저앉았다가 1900선 후반대까지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도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예상했다. 박영호 대표는 “하반기 들어 외국인 매도가 줄어든 건 긍정적”이라며 “당분간은 코스피지수가 1800을 저점으로 ‘바닥 다지기’를 하는 구간이므로, 단기 반등을 염두에 둔 저점매수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완필 대표는 “코스피지수 기준 1820~1860 사이 ‘좁은’ 박스권 장세가 올 수도 있다”며 “저점에서 매수하고 고점에서 팔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보유비중 급감 업종 주목

"IT·유통·화학·음식료株…외국인 비중 크게 준 업종 관심"
김기배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보일 땐 그간 외국인 보유 비중이 큰 폭으로 준 업종이 수혜를 볼 것”이라며 “IT주, 유통주, 화학주, 음식료주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우넷 전문가인 김재수 소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반면 개별 종목이 활발하게 거래될 수 있다”며 “기관이 꾸준히 매수하는 종목, 지수 조정 기간에도 상승세인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코라오홀딩스를 추천하며 “신규 사업을 통한 매출 확대 기대, 직영 쇼룸을 통한 판매 증가,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 등을 볼 때 실적이 양호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와우넷 전문가들은 그간 낙폭이 컸던 종목을 추천하기도 했다. 강호 안인기는 “업종 대표주, 수급 개선주, 거래대금 상위주 위주로 단기 매매를 하면서도 중기적으로 보유하고 갈 종목을 찾아야 한다”며 “실적 부진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낙폭이 컸던 고려아연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달러 약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증가 예상, 수급 개선 가능성 등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초심 박영수는 OCI를 추천했다. 그는 “최근 이집트 등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OCI의 주력 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여전히 약세이긴 하지만 바닥을 다지고 있고, 태양광 관련 악재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와우넷 전문가들은 자동차 관련주에도 주목했다. 이성대 대표는 “안정적 수익성 대비 저평가돼 있는 현대EP가 유망하다”며 “차량을 가볍게 하는 소재 사용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혁 대표는 “장기 성장성과 향후 매출에서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나 기아차보다 뛰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영호 대표는 삼성중공업을 추천했다. 그는 “신조선가(새로 만든 배 가격) 상승, 해운운임 상승, 컨테이너선 수요 및 가스운반선 수요 증가, 하반기 선박 수주 증가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