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2조를 들었다놨다…버냉키 '입' 한국증시 파워!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言) 값’은 한국 증시에서 어느 정도나 될까. 올 들어 버냉키 의장이 증시에 변화를 줄 법한 중요 발언을 한 10차례 사례를 비교한 결과 지난 5월22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친 이후 발언의 파괴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말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코스피지수 2%, 시가총액 22조7000억원이 버냉키 한 마디에 요동쳤다.

1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5월 말 이후 버냉키 의장 발언의 영향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19일 FOMC 회의에서 “미국 경제상황이 예상대로 개선되면 연말께 자산매입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코스피지수는 2.02% 급락했고 시총은 22조1880억원 감소했다. 이어 지난 10일 전미경제연구소 강연에서 “당분간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경기 확장적 통화정책”이라고 진화에 나서자 코스피지수가 2.93% 급등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이 31조4190억원 증가했다.

단 세 번의 발언으로 상장사 시총이 37조원 가까이 줄었다가 31조원 넘게 회복됐다. 날이 갈수록 발언의 파괴력도 커지고 있다. 5월 중순까진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기타변수’였다. 뉴욕 증시가 버냉키 의장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도 코스피지수는 대부분 변동폭이 0.1~0.7% 정도에 불과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제기반이 허약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완충작용마저 하지 못하다 보니 버냉키 발언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