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만나는 어린이 그리고 문화]18편. 놀이는 논리게임이다?

정숙이는 만 3세 여자 어린이다. 내가 기록을 위해 교실을 방문한 첫 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교실이라는 장소에 ‘극장’이라고 하는 공간을 구성해 놓고 극장놀이를 한창하고 있었다. 난 오자마자 재미난 구경이 난 것 같아 가까이 다가서 자리를 잡아 본다. 그런데 정숙이는 자신이 놀이하고 있는 영역(카페트) 안으로 ‘낯선 어른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드러낸다.



정숙 : 선생님 못와

기록자 :나? 나 못 들어간다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기록자 : 아.. 그렇구나.. 근데 왜?

정숙 : 왜냐하면…. 어른들은 못 들어와

기록자 : 아.. 그런거야?

정숙 : 어른들은 안 들어와요

기록자 : 아…



그때 한 아이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명욱 : 우리집에 있는 빨간게 엔젤포스야

정숙 : 나온다 나온다 자리에 앉아~~~

명욱 : 빨리 빨리~~~ 앉아~~

아이들은 자리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한다.



정숙 : 선생님은 영화 나올 때 사진 안돼요.

기록자 : 왜?

정숙 : 영화가 안 나와요.

기록자 : 영화가… 안 나오는구나…

정숙 : 선생님은 절대 영화보면 안돼.

기록자 : 음… 왜 안돼? 말해줄 수 있어?

정숙 : 왜냐하면 어른들은 무서우니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영화 끝났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하자 담임교사는 아이가 속정이 있는데 처음에는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경계를 많이 한다? 난 사실 처음보는 성인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전하는 이 아이를 보면서 내심 참 멋지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속정’과 ‘경계’라는 단어를 듣자 나는 내가 뭘 잘못 짚고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낯선이에 대해 약간의 경계를 하는 편인데 친해지면 따뜻한 성격이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 아이가 낯선 성인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조금씩 떠오르던 찰라 담임 교사는 사실 자신은 오늘 오전에 아이들이 하는 극장 놀이에 들여보내 줬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까 정숙이의 논리에서 극장으로 설정된 공간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존재는 ‘어른’이었다는 말이 생각나 나는 정숙이에게 항의하러 다가선다.



아이는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약간 당황한다. 그리곤 못들은 척 시선을 돌려 하던 일에 집중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시 후, 정숙이는 나에게 극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손등에 찍혀 있는 도장마크를 보여준다.



그 도장은 어디가면 받을 수 있냐고 묻자 담임 교사는 ‘유리드 믹스’라고 하는 학교 외부 특강을 들으면 선생님이 수업 끝날 때 손등에 찍어준다고 한다. 결국 난 이 안에 껴줄 수 없다는 말이다. 순간 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이 터져나올뻔 했지만 간신히 참으며, 대단한 맥락 설정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때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은정이가 나에게 내밀며 말한다.



은정 : 선생님 이거 영화 카드에요. 이거 있으면 극장에 들어갈 수 있어요. (아이가 이미 갖고 종이가 우리의 대화 속에서 극장표가 연상된 것으로 보인다.)

정숙 : 선생님 영화카드에 도장 받아오면 들어올 수 있어요

기록자 : 아 그래? 그럼 나 영화카드랑 도장만 있으면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거야?

정숙이는 확신에 차 있다는 듯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다.

기록자 : 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와~



정말 어려운 미션이다. 극장표를 직접 만들어서 언제 하는지도 모르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유리드믹스’선생님께 여기 이 종이에 도장 좀 찍어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해야한다니 말이다. 결국 나를 자신이 설정한 놀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정숙이의 한 단계 높은 맥락설정인 것이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극장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소란스러운 교실에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서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의자 앞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하지만 정숙이는 이런 나의 행동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낯설기도 하고 자신들의 놀이를 침범? 한다고 느낀 것일까?



친구와 자신이 하는 놀이를 외부인이 본다는 것에 대해서 약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뭔가 우리들끼리만 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리기 위해서 정숙이는 “선생님은 못 들어와요~?”라고 말을 했지만 그것에 대해 내가 재차 묻자 ‘당신이 여기 있는 게 싫어요.’가 아니라 ‘이건 원래 ‘어른’은 볼 수 없는 것’이라 는 논리로 발전시켜 나에게 제시한다.



정숙이가 내가 왜 그 공간에 있는 것이 싫었는지에 대해선 정숙이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알 수 없음으로 남겨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숙이가 먼저 시작한 놀이로서, 그리고 그 교실의 주인으로서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할 그녀의 의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성인이기 때문에 나에게 순응해야 한다 혹은 아이의 욕구를 접고 교사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정숙이와 나’라는 두 ‘개인’의 만남이고 대화이며 말하자면 하나의 밀고 당김이다.



그녀는 성인인 나를 그녀만의 논리(‘선생님은 들어올 수 없다→어른은 들어올 수 없다→도장이 필요하다→영화카드와 도장이 있다면 극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로 이긴 셈이다.



또한, 정숙이는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스스로 조율되고 새로운 조건을 나에게 던짐으로서 극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뛰어 넘어야 할 장애물을 여전히 남겨두면서 오늘 우리는 타협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 날, 내가 다시 교실을 방문하자 정숙이는 놀이를 하다 말고 손가락을 나를 가리키며 ‘엇’하고는 방긋하고 반갑단 ‘속내’를 드러낸다. 나도 ‘반갑다’하는 속내를 고개를 옆으로 ‘갸웃하며 웃음’으로 정숙이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나 오늘은 들여보내 주려나?’ 관계는 늘 변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설레이는 놀이 시간……? 아니지 전략이 필요한 시간을 맞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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