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대형 건설주 실적 발표 첫 타자인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쇼크(증권사 추정치보다 실제 이익이 크게 낮은 경우)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 4월 GS건설 어닝쇼크 당시 같은 주가 급락 사태가 우려된다.

12일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여러 건설사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 4월 GS건설 실적 부진이 촉발한 조선, 기계 등 산업재 주가 급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데 무게를 뒀다.

◆ 삼성엔지니어링, 2분기도 영업적자?

KDB대우증권은 11일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279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날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적자 수준은 아니지만 2분기 영업이익이 567억 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두 증권사가 제시한 실적 추정치는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11억 원(10일 기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잡아도 20% 가량 차이가 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2분기 실적 부진은 GS건설 어닝쇼크 당시와 같이 해외 프로젝트들의 원가율이 상승했기 때문. 지난 1분기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발목을 잡았던 미국 다우케미칼 프로젝트의 추가 공기 연장,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천연가스 처리시설 관련 원가율 조정 등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그룹 감사와 보수적인 이익추정원칙에 따라 원가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분기에 279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 직전 분기에 이어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 이라며 "손실 규모보다도 실적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이 삼성엔지니어링 주가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 대비 낮은 이익개선 속도로 인해 당분간 뚜렷한 주가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들 것" 이라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904억 원으로 종전 대비 71.7% 낮췄다"고 말했다.

◆ 2분기 건설주 실적 불안…전문가 "찻잔 속 태풍"

증권업계에선 삼성엔지니어링 외에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도 예상에 못 미친 2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상치에 부합한 종목으론 현대건설이 꼽히고 있다.

대신증권은 2분기 실적 발표 종목 유니버스(분석대상) 169개 중 어닝 쇼크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산업 등을 포함한 58개를 제시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당 종목 선별 시 적용한 전략의 적중률은 2007년 이후 69.2%" 라며 "통상 1, 2분기에는 어닝 쇼크보다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더 많이 관측되는데 올 2분기에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변성진 연구원은 "GS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600억 원 적자를 기록해 컨센서스(영업적자 1108억 원)에 미달할 것" 이라며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으나 뚜렷한 반등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부 건설주 어닝 쇼크로 인한 주가 변동성 확대가 해당 종목과 업종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실적 우려를 2분기 실적 추정치와 주가가 상당부분 선반영했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주의 실적 추정치는 GS건설 실적 쇼크 소동을 겪은 후 꾸준히 하향 조정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 대림산업, GS건설 등 5개 건설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247억 원으로 집계됐다. GS건설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보다 44% 넘게 깎인 것.

GS건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4월10일 직전 주말 5877억원에 달했던 5개사 합산 영업이익은 그 다음주 4483억원으로 23.71% 급감했다. 5월 들어선 4000억 원선이 깨졌고 이후에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우려가 반영되면서 증권사 추정치와 건설주 주가가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며 "2분기 실적과 관련한 주가의 추가 충격은 제한적일 전망이고 장기 관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관심을 가질 만한 주가 수준"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사태로 해외 문제 현장 이슈가 일시에 드러나며 실적 추정치가 대거 하향된 지난 4월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1분기 당시와 같이 건설주들의 부진이 다른 업종으로 번질 가능성도 현재는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실적이 낮아진 예상치에 못 미칠 경우 관련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1분기 당시와 같이 조선, 기계 등 수주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며 "조선의 경우 최근 수주와 실적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시장의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건설주 주가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인 측면이 있다"며 "1분기 GS건설 쇼크 트라우마가 있지만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