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 부실 은행의 구제 여부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구제금융 시 고액 예금주의 손실 분담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은행 구조조정 방안이 마련됐다. 미셀 바르니에 EU집행위 금융서비스담당 집행위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EU 단일 은행정리체제 구축을 위한 최종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EU 회원국 은행이 부실화되면 해당 은행에 공적 자금을 투입할지, 폐쇄를 통한 정리절차에 들어갈지는 EU집행위가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결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회생이 결정되면 해당 국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은행 정리위원회를 구성해 손실 탕감 규모 등 구체적인 조치를 논의하게 된다.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되면 은행 소유주와 후순위 채권자들은 물론 10만유로(약 1억5000만원) 이상 고액 예금자들 역시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 은행들은 또 구조조정 계획안도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은행들에 부담금을 걷어 550억유로(약 80조원) 규모의 EU 공동 정리기금 조성 방안도 제안됐다.

이 같은 방안은 은행 부실이 구제금융 집행에 따른 개별 정부의 재정악화로 이어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로존 내 금융회사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은행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EU집행위 안은 당초 내달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독일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개별 국가가 금융을 통제·관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 EU 기본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이유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법적 토대 위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