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전문가로서 정치적 고려 없이 기술적인 판단을 했을 뿐입니다.”

김영창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 위원(66·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것은 기술적 검토를 해 달라는 국회의 요청에 응한 것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 8일 활동이 끝난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 위원 9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측이 추천한 사람이다. 반대 주민들이 추천한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위원과 달리 시민단체에 속하지 않은 아주대 에너지학과 겸임교수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반대 주민 측 추천 위원 중 유일하게 사실상 밀양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냈다. 주민들이 주장했던 기존 선로 활용 및 지중화 등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결론낸 위원은 김 위원을 포함해 총 6명으로 협의체의 과반을 넘었다.

반대 주민 측은 즉각 반발했다. 한전 입맛에 맞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반대 주민 및 야당 추천 위원들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을 향해 “(한전 쪽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에 김 위원은 없었다.

그는 이 같은 반발을 예상했는지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한 8일부터 일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거듭된 인터뷰 요청에 응한 김 위원은 “말로 설명하면 각자 달리 해석하니까 코멘트할 수 없다”며 “보고서에 입장을 다 밝혔다”고 말했다.

한전에서 압박을 받았다는 반대 주민 측 주장에는 “한전 쪽에서 도움을 요청한 일은 전혀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내놓은 결과에 떳떳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에게 전력계통 운영 시스템(EMS) 문제를 자문한 인연으로 반대 주민 측의 추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대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봐 달라고 요청해서 참여한 것”이라며 “(기술적 판단 없이) 양심을 접고 한쪽을 편들기 시작하면 한국에서 송전사업을 못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협의체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국가 전체의 송전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