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가옥에 10여년간 납치 감금됐다 탈출한 여성 3명이 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얼굴과 목소리를 공개했다. 세 사람이 4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통해 세상에 처음 던진 메시지는 증오와 원망이 아닌 ‘감사’였다.

피해자 중 가장 먼저 납치된 미셸 나이트(32)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이제 웃으며 지옥에서 걸어나올 만큼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증오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나이트는 21세였던 2002년 8월 아리엘 카스트로(52)에게 납치됐다. 전직 통학버스 운전사인 카스트로는 나이트에 이어 2003년과 2004년 10대였던 어맨다 베리(27)와 지나 디지저스(23)를 차례로 납치, 자택에 감금하고 심신을 유린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5월 초 카스트로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탈출에 성공했다.

16세 때 납치돼 카스트로의 아이까지 낳은 베리는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으면 좋겠다”며 “나와 우리 가족이 시련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후원기금인 ‘용기 펀드’에는 성금이 이어졌다. CNN은 지금까지 모인 성금이 100만달러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날 영상에서 피해 여성들은 세상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베리는 “앞으로도 우리의 사생활을 존중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편 카스트로는 지난달 살인과 납치, 강간, 불법 낙태 등 총 329건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현재 정식 재판을 앞두고 사전 심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