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대청마루, 사계절 달라지는 처마 풍경…. 이 같은 한옥의 멋스런 여유를 앞으로는 한결 손쉽게 누릴 수 있게 됐다.

전통한옥의 활성화를 가로막았던 ‘비싼 건축비, 냉난방 부실’ 등 이른바 ‘한옥 2대 약점’을 보완한 신기술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3 국토교통 기술전시회’에서는 단열 성능을 전통 한옥보다 50% 높이면서도 건축비는 40% 낮춘 ‘신(新)한옥’이 선보인다.


○따뜻하고 저렴해진 신(新)한옥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3년여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신(新)한옥’ 기술은 ‘한옥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주택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한옥은 그동안 3.3㎡당 800만~12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건축비 탓에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건축 기간이 일반주택보다 1.5배 길고, 건설 인건비도 2~3배 비싼 탓이다. 2011년 완공된 국회 내 전통 한옥인 ‘사랑재’ 공사비는 36억6000만원으로 3.3㎡당 1440만원에 달한다. 국토부가 책정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3.3㎡당 418만~432만원)보다 3배 이상 비싼 셈이다.

이번에 선보인 신기술 한옥은 건축비를 3.3㎡당 720만원까지 내렸다. 기존 전통 한옥의 60% 수준이다. 전체 건축비의 40%와 30%를 차지하는 목재와 지붕 공사비를 절반 가까이 줄인 덕분이다. 목재 사용량은 디자인 개선을 통해 기존보다 40% 줄였다. 지붕은 전통 한식 기와 가격의 30~60% 수준인 경량신소재와 그린멘트 기와로 대체했다. 과거 한옥 전문 기술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던 현장관리도 프로그램화해 공사기간을 예전보다 30%까지 단축했다.

한옥은 창문과 출입문이 일반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서 냉난방(단열)에 취약했다. 신기술 한옥에서는 단열을 크게 개선하고 집안 구성(평면)도 일반 단독주택 못지않게 만드는 등 ‘거주성능’을 높였다. 목재 전통 이음맞춤법을 개선해 모서리 접합강도(강성)를 기존보다 최대 10배까지 높였다. 한옥에 어울리는 목재시스템 창호도 새로 개발했다.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은 “전통 한옥의 브랜드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거주 성능이 확보된 저렴한 대중 한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옥 대중화 탄력 기대

명지대 등 11개 기관으로 구성된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은 서울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에 신기술을 적용한 시범 한옥을 지어 다음달 첫선을 보인다. 경기 파주시에 100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한옥마을에도 새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는 각 지자체와 민간 부동산개발업체들이 10여곳의 한옥마을을 개발하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한옥마을을 계획 중이고, 서울시도 은평뉴타운에서 한옥마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신기술이 적용될 경우 건설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기술 개발로 한옥 대중화의 물꼬를 트게 됐지만 아직도 일반 수요자들이 다가가기엔 불편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옥 건설과정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다. 도심이나 공공택지의 땅을 산 뒤 한옥 전문업체를 찾아서 의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처럼 주택업체가 50~100가구씩 집단으로 공급하는 한옥이 적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주택업계는 관련 법규와 제도개선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대표적인 게 2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때 적용되는 주택법과 주택공급 규칙”이라며 “한옥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