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唐岱)의 ‘청계탁족도(淸溪濯足圖) ’ (1705, 비단에 수묵채색)
당대(唐岱)의 ‘청계탁족도(淸溪濯足圖) ’ (1705, 비단에 수묵채색)
옛 선비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양반 체면에 상민들처럼 아무 곳에서나 등목을 할 수도, 시내에서 멱을 감을 수도 없었다. 가장 즐겨한 피서 방법은 ‘탁족(濯足발을 씻다)’으로 인적이 드문 계곡에 들어가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바위에 걸터앉아 계곡의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었다. 때로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탁족모임을 갖기도 했다. 발끝을 타고 전해지는 맑고 찬 기운은 금방 머리끝까지 전해져 더위로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 세워준다.

그러나 ‘탁족’은 단순히 더위를 쫓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청나라 건륭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궁정화가 당대(唐岱1673~1752)의 작품에 보이는 탁족은 선비의 바람직한 처세를 상징하고 있다. “세상이 깨끗하면 갓끈을 빨며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발을 씻으며 때를 기다리라”는 초나라 문신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림 속의 선비는 자연으로 도피한 은둔자가 아니라 잠시 세속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이다. 가까운 계곡에서 발을 담그며 탁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