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탁족’은 단순히 더위를 쫓는 데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청나라 건륭제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궁정화가 당대(唐岱1673~1752)의 작품에 보이는 탁족은 선비의 바람직한 처세를 상징하고 있다. “세상이 깨끗하면 갓끈을 빨며 세상에 나아갈 준비를 하고 세상이 어지러우면 발을 씻으며 때를 기다리라”는 초나라 문신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림 속의 선비는 자연으로 도피한 은둔자가 아니라 잠시 세속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이다. 가까운 계곡에서 발을 담그며 탁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