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광고 방치…'얼빠진' 네이버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게시물의 불법 광고를 사흘 넘게 방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네이버 ‘핫토픽 키워드’ 상위 10개 검색어를 지식인 카테고리에서 검색하면 불법 카지노 사이트를 홍보하는 스팸 게시물이 검색 첫 페이지 전체에 걸쳐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네이버 모바일 사이트(사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색량이 많은 키워드를 본문에 눈에 띄지 않게 넣어 사이트를 홍보하는 ‘어뷰징(조작)’ 게시물이었다. 핫토픽 키워드는 뉴스 카페 블로그 트위터 등의 문서를 바탕으로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를 집계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키워드와 관련이 없는 검색 결과가 나타나자 이용자들은 “해킹당한 것 아니냐”며 동요했다. 네이버의 한 카페에는 7일 해킹 의혹을 제기하는 ‘긴급-네이버 해킹당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같은 불법 광고 검색 결과는 8일 오전까지 일부 키워드 검색 때 여전히 나타났다. 주말을 낀 사흘 동안 네이버 주요 검색어 검색 결과가 불법 광고로 도배됐는데도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NHN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6일에는 이틀 전인 4일 핫토픽 키워드를 클릭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 NHN은 최대 5일간 불법 게시물을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인성 한양대 교수는 “핫토픽 키워드와 같이 이용자 검색이 많은 서비스가 사흘 넘게 불법 게시물로 도배됐다는 점은 NHN 측의 관리 소홀로 보인다”며 “주말을 끼고 있었더라도 24시간 가동되는 포털사이트가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보안전문가도 “내부적으로 비상시에 대응하기 위해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사흘이나 어뷰징 게시물을 내버려둔 건 문제가 심각하다”며 “실제 해킹이 발생해도 모니터링이 늦으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NHN은 그러나 어뷰징 게시물을 제때 모니터링해 삭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지 않았다. NHN 관계자는 “일부 검색 결과에 광고가 노출돼 이용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능적인 어뷰징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NHN은 한국경제신문이 본격 취재에 나선 8일 오후에야 모든 불법 광고 게시물을 제거하고 사이트를 정상화시켰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