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용률 70%와 열린 노동시장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 지난달 발표됐다. 올해와 내년 정책 인프라 및 법제도를 구축하고 그 기반 위에서 2015년 이후 고용률을 크게 끌어 올려 2017년까지 7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고용률은 지난 10여년간 64% 내외에 머물러왔다.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실적을 보면 5년 동안 240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고용률 70% 달성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국가는 거의 예외 없이 고용률이 70% 내외이니 지난 10여년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고용률 70% 달성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또 다른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목표 경제성장률을 제시하기보다는 일자리를 중시해 고용률 제고를 정책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화, 과학기술, 보건복지 등 창조서비스업 분야를 중심으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여성과 청년의 고용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5년 동안 여성의 고용률은 8.4%포인트, 청년의 고용률은 7.3%포인트 높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청년과 여성의 고용률을 높여서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돼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A라는 대기업에서 B라는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칸막이 없이 근로자의 생애 중 어느 때라도 역량과 능력에 따라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될 때 청년, 여성의 고용률을 정부 목표대로 올릴 수 있다.

청년 고용률은 청년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2002년 45.1%에서 2012년 40.4%로 10년간 오히려 4.7%포인트 떨어졌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더 들여와야 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몇 년씩 취업준비를 한다.

한국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직장이 근로자의 생애 경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정규직으로 옮겨 갈 기회가 매우 적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내부 노동시장을 굳건히 구축하고, 중간 단계에서 중소기업은 물론 다른 대기업 등 외부로부터의 인력 유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취업 재수, 삼수, 사수까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의 고용률이 낮은 것은 육아 부담 등으로 일을 그만두었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해 경제활동에 복귀하려고 하더라도 역량에 관계없이 반듯한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 등으로 몇 년을 쉰 뒤 일자리를 얻는 여성들이 받는 처우는 과거의 경력이나 역량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고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근로자보다도 못하다. 닫힌 노동시장의 폐쇄적 조직문화에서 능력보다는 학벌, 근속연수,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근로자들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40, 50대에 조기 퇴직을 당한 장년층이 자영업을 할 수밖에 없고, 이들 상당수가 도산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는 것도 국내 노동시장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퇴직해도 다른 대기업에서 일할 기회는 얻기 어렵다. 특정 기업에서 쌓은 경험이 다른 기업에서 평가받고 활용되는 시스템이 노동시장에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 노동시장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내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내외부에 관계없이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가 인정하는, 근로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수단이 개발돼야 한다. 정부가 내년까지 개발하고자 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e Standards), 이에 기반한 교육과정 그리고 국가자격체계 구축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의 양보도 열린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하다.

최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함께하기로 한 노·사·정 협약에 따라 노사가 서로 협력해 열린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영범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