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간, 노사 간, 다른 기술 간 새로운 융·복합이 창조경제의 주축이다.”(이근 서울대 교수)

“고령자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이철희 서울대 교수)

서울대 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 공동 주최로 5일 서울 세종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한국형 시장경제 체제의 모색’이라는 주제의 학술 심포지엄.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기술혁신, 중기로 확대해야

이근 서울대 교수는 국가 혁신과 관련해 “한국은 1980년대 이후 반도체, 휴대폰, 디지털TV 등 기술 주기가 짧은 분야에 특화하면서 선진국을 상당히 추격했다”며 “하지만 2000년 이후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의약, 기초과학 등 주기가 긴 분야는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소수의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기술혁신을 중소기업 등으로 넓혀 혁신의 다각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궁극적으로 국가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 혁신을 주도해온 대기업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며 대·중소기업 간 새로운 방식의 ‘결합’을 강조했다.

이건범 한신대 교수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특징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 대기업집단은 소유 지분이 낮은 가운데 소유권과 경영권 간 괴리가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총수의 소유에 따른 이익이 지배에 따른 이익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금융산업 발전 전략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함상문 KDI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금융 안정에 대한 감시를 확대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한국 금융산업도 대규모화, 복합화, 해외 진출을 계속 해야 할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층 빈곤 문제 심각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고령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한국 노동시장을 진단했다. 그는 “국민이 노후를 대비해 저축할 수 있도록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줄이고 주택가격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고령층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경제와 중소규모 협동조합의 역할’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조합원 구성이 이질적이어서 상호 불신 풍조가 있는 데다 조합원들도 소속 의식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