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일본·독일 등의 검시 체계는 나라마다 제각각이지만 국가의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검안·부검 등 검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미국의 검시 체계는 크게 △법의관(ME·Medical Examiner) △검시관(Coroner) 제도로 나뉜다. 주마다 제도가 조금씩 다르지만 법의관은 법의병리 전문의 자격을 갖춘 법의학 전문가, 병리전문의, 일반 의사 중에서 발탁한다. 메릴랜드주의 경우 주 위원회에서 2년 이상 병리학 수련을 받은 의사를 대상으로 법의관을 임명한다. 검시관은 국내 경찰검시관처럼 부검을 제외한 검안 업무만 맡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가 아니어도 된다. 검시관법이나 법의관법 등 관련 법규에 검시관·법의관 사무소로 신고해야 하는 죽음의 유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이상한 경북대 법의학과 교수는 “미국은 지위고하, 빈부격차, 남녀노소,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국가가 조사해야 할 죽음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게 의미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에서는 지방의회에서 법률가나 의사 가운데 검시관을 선출한다. 검시 대상은 △폭력이나 외인사로 인한 죽음 △원인불명으로 급사한 경우 △교도소 등에서 사망한 경우로 한정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방검사가 검시 책임자다. 사인 불명 죽음뿐 아니라 △임산부의 유산에 따른 죽음 △신생아의 죽음 △중독사 등도 검시 대상이다.

독일에서는 모든 사망 사건을 의사가 검안한다. 의사가 1차 검안을 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부검 필요성이 있는 경우 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아 법의학연구소와 대학에서 각각 파견된 의사 2명이 부검한다.

일본은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나고야 고베 등 5개 도시에서 일종의 법의관인 감찰의 제도를 운영한다. 변사체가 경찰에 신고되면 경찰이 범죄성 여부를 판단, 대학의 법의학교실에서 부검한다. 범죄성이 없는 시신은 일반 의사의 검안으로 그친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법의관이 현장에 나와주면 좋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검시관을 운용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반드시 의사가 검안해야 한다’는 논리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검안은 현장감각을 갖춘 검안”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