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 국산신약은 종근당 '듀비에정'
종근당이 자체 신약을 내놓은 지 10년 만에 2호 신약 당뇨병 치료제 ‘듀비에정’ 판매허가를 받았다. 국내 20호 신약이다.

이장한 회장(사진)이 추구해온 ‘신약 연구주의’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제약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13년간 250억원 투입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는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정 0.5밀리그램’(로베글리타존황산염)에 대해 ‘국산 신약’으로 판매를 허가했다고 4일 발표했다. 신약은 기존 의약품과 완전히 다른 물질 또는 구조로 만들어진 의약품이다. 1999년 SK케미칼이 1호를 기록한 뒤 14년간 20개 의약품이 국산 신약 허가를 받았다.

종근당은 이 회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1995년 중앙연구소를 종합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3년 신약 항암제 ‘캄토벨’로 첫 국산 신약 허가를 받은 뒤 10년 만에 두 번째 신약을 확보했다.

듀비에정은 2000년 후보물질 탐색에 착수한 뒤 13년 동안 연구개발에 250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허가로 종근당은 SK케미칼 LG생명과학 JW중외제약 일양약품에 이어 국내 전체 제약사 가운데 자체 신약을 두 개 이상 보유한 다섯 번째 제약사가 됐다. 자체 신약 개발건수는 해당 제약사의 연구개발 능력을 가늠하는 핵심 바로미터다. 김명호 식약처 사무관은 “듀비에정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국내에서 허가를 얻은 신약”이라며 “국산 신약 20개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내년 100억원 매출 목표

듀비에정은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치료제다. 인슐린의 체내 작동을 개선하는 ‘로베글리타존황산염’이 주성분이다. 인슐린은 분비되지만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혈당이 높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효과가 높다.

종근당 관계자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먹는 당뇨병 치료제와 비교해 췌장에 부담이 적고 저혈당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인슐린 비의존형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타깃 환자군”이라고 설명했다.

듀비에정이 포함된 글리타존 계열의 국내 시장은 300억원 규모다. 종근당은 올 하반기 약가등재 과정을 끝낸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시판 첫해에 100억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국내 제약시장에서 단일품목이 100억원을 넘어서면 대형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수입의약품 대체효과 기대

종근당은 듀비에정이 DPP-4 억제제 계열이 주도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시장에 맞서는 대항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리타존계 당뇨병 치료제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키고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가장 강력한 약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DPP-4 억제제가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글리타존 계열의 약물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으나 듀비에정 출시를 통해 환자들의 선택폭 확대는 물론 동일계열 의약품의 수입대체 효과까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일본 다케다의 ‘액토스’가 동일 계열의 경쟁제품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