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눈만 돌아가고 돈은 돌지않고
국내 증시에 돈이 안 돌고 있다. 외국인 수급은 기대만큼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고 기관도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발표시즌 개막을 앞두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5일), 미국 6월 실업률(6일),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15일),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21일)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계속 돈 빼는 외국인

증시, 눈만 돌아가고 돈은 돌지않고
3일 코스피지수는 30.36포인트(1.64%) 떨어진 1824.66에 마감했다. 기관이 6억원 순매수에 그쳤고 외국인은 23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엔ㆍ달러 환율이 20거래일 만에 100엔대에 재진입해 투자심리도 악화됐다. 삼성전자(-2.55%)는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순매도로 겨우 130만원에 턱걸이했다.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 SK이노베이션(0.37%)을 제외한 전 종목이 하락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비차익프로그램매도(코스피200종목을 묶어 함께 기계적으로 파는 것) 금액이 순매도 금액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순매도의 주체가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일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는 흐름의 연장선 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래대금 전월 대비 14% 감소


코스피지수가 상승탄력을 못 받으면서 거래도 부진했다. 고객예탁금(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둔 돈)은 지난달 18일 17조6653억원에서 1일 현재 19조8920억원으로 2조2267억원 증가했지만,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7월 들어 하루 평균 3조5691억원으로 6월(4조1047억원) 대비 14.01% 줄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쉽사리 투자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뱅가드 신흥국 투자 ETF의 기초지수 변경에 따른 한국 주식 매도가 일단락됐지만 기대했던 외국인 순매수세가 안 보이고 2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발표 시즌에 대한 우려 때문에 관망세가 짙어져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주가지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잃은 상태”라며 “주요 정보기술(IT)주들이 외국계 리포트에 치명타를 맞아 종목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데다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실적, 美 고용지표가 주요변수

코스피지수 반등의 1차 관문은 5일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발표다. 삼성전자가 10조원대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6일 국내 투자자들에 전해질 미국 6월 실업률 수치(7.5% 예상)도 관심을 가져야 할 지표다. 미국 고용지표는 미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 시기를 가늠하는데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엔화의 추가 약세 여부를 점칠 수 있는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와 중국 2분기 GDP증가율도 코스피지수 향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크게 승리하면 엔화약세 재개 등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요인이 다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11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 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