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롯데…3500억 일감 中企와 나눈다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사진)은 계열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감 3500억원어치를 중소기업을 포함한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롯데는 물류, SI(시스템 통합), 광고, 건설 등 4개 부문의 사업 발주를 경쟁 입찰로 전환해 계열사가 아닌 외부회사에 사업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 법률 일부 개정안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시행된다. 외부에 개방될 사업규모는 분야별로 물류 1550억원, SI 500억원, 광고 400억원, 건설 1050억원어치다.

물류 분야에서는 롯데로지스틱스에 맡기던 그룹 내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국내외 물류 물량을 전액 경쟁 입찰로 전환하기로 했다.

광고 분야에서는 주요 계열사들의 광고 제작을 경쟁 입찰로 전환한다. 그간 대홍기획이 전담했던 롯데백화점 TV 광고와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등 주요 제품의 광고를 중소 광고대행사가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롯데백화점의 전단 제작에도 경쟁 입찰을 도입할 예정이다.

롯데는 광고 분야의 일감 개방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한편 외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해 내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I와 건설 분야에서는 롯데정보통신과 롯데건설이 맡던 계열사 일감 일부가 개방된다. 사무자동화 기기 구매와 방송·통신설비 구축 사업을 경쟁 입찰로 실시하고 계열사 소규모 공사를 공개 입찰로 전환한다. 다만 회사 기밀이나 보안에 관련돼 있거나 경영상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은 계열사가 계속 맡기로 했다.

롯데는 4개 부문의 일감 개방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서 대상 업종과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